손미현 무학중학교 과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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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교육, 융합교육 현장 전문가를 만나다!
생활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과학
연구, 개발은 물론 융합교육까지
다재다능 과학교사
첫 술에 배부른 길은 아니었다. 우왕좌왕하던 끝에 임용고사에 붙으면서 첫 걸음을 내딛고 그 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무르익으면서 두둑하게 차오른 만족감을 깨달았다. “아이들에게 과학으로 소통하는 일이 즐거웠어요.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도 되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로는 아이들에게 더 재미있는 과학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하루에 하나씩 실험 미션을 진행하고 자료를 찾고 스스로도 공부를 하게 되면서 과학교사로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창의·융합교육, 스팀(STEAM)교육에도 앞장서게 되었다.
스팀교육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생활에 접목된 과학을 가르치고 싶었어요. 과학은 정말 재미있고 유용한 학문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스팀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직접 참여하면 과학의 재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활동 중심의 과학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손미현 교사가 스팀교육을 시작한지 벌써 10년, 어느새 창의·융합교육, 스팀교육에서 손꼽히는 현장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스팀교육이 시작되었던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스팀 교사연구회를 시작으로 2012년 스팀 개발 매뉴얼 제작, 서울시교육청의 중등 스팀 교육과정 및 수업시수 모형, 인천시교육청의 교육과정연계 스팀 프로그램 개발과 2014년 창의재단의 자유학기제 스팀 적용방안 연구 등에 참여하면서 2014년에는 스팀 유공교원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2017년부터는 스팀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원, 평가모델 개발 연구원, 맵 개발 연구원, 스팀 소논문(R&A) 자문위원 등의 활동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최근에는 2022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 및 총론 연구팀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교육개발원(KEDI)에서는 잠재적 영재성 진단 키트 연구에 2년 째 참여하고 있다. 그 외에도 안전교육 콘텐츠 만들기, 발명교육, 과학 영재들을 위한 영상자료, 프로그램 개발. 융합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활동, 과기부에서 미래인재특별위원회, 학교 교육에 관련된 정책 자문 활동과 ‘과학교재 개발 및 교수학습 자료 개발’, ‘AI와 스팀교육’을 주제로 한 학부생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과학이 있는 모든 분야에 참여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무엇 하나 놓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2022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회 참여자 22명 중 과학 교사이자 중학교 교사는 손미현 교사가 유일하다. “과학교육이 어떻게 개정에 반영되는지만 살펴보는 게 아니라 중학교 교육과정 전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해서 매번 공부 후에 회의에 들어가요. 교육과정 전문가도 찾아가고 교무부장 선생님께도 조언을 구하고요. 귀찮으실 법도 한데 내색 없이 늘 꼼꼼하게 챙겨주시니 감사하죠.(웃음)”
2022교육과정 개정이 온 신경을 다 하고 온 마음을 다해서 집중하고 있는 일이라면 한국교육개발원 잠재적 영재성 진단키트를 만드는 일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 중에 영재성이 숨어있는 아이들이 있어요. 잠재적 영재성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과학적 탐구 능력,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창의력이 얼마나 있는지 진단하는 키트 개발에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지요.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과학적 역량을 평가해주는 최초의 도구가 될 거예요.”
과학적 역량 평가의 목적은 ‘잘함’과 ‘못함’이 아니다. 어느 분야가 뛰어나고 어느 분야가 부족한지 피드백을 받고 발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가 와서 사교육 없이도 영재성을 발굴할 수 있게끔 해주고자 한다.
재미있는 과학책을 선보이고 싶어
손미현 교사는 <교과서 과학 비교 사전>, <과학탐구실험>, , <미래직업 다이어리> 등 스팀교육, 과학교육, 화학교육, 융합교육 등의 콘텐츠를 담은 인기 서적들의 저자이기도 하다. “교사연구회 활동을 10여 년 해오고 있어요. 과학교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을 쓰게 되었어요. 스팀교육 활동을 하면서는 자연스럽게 활동 노하우를 담은 책을 쓰게 되었고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또 그에 관한 책도 쓰게 되더라고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인연들을 만나면 시너지가 생겨요.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같이 쓴 책들도 많아요.”
주변의 도움이 많았다고 겸손하게 손사래를 치지만 오롯이 손미현 교사 혼자 펴 낸 책들은 물론이고 함께 쓴 책들 역시 손미현 교사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은 틀림없다.
그 중에서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교과서’를 쓰는 일이었다고 손미현 교사는 말한다. “매주 만나서 10시간씩 회의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각 과목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이야기하는데 결국 다 연결이 되더라고요. 물리에서는 압력을 힘으로 보고 화학에서는 압력을 입자의 활동으로 봐요. 헤모글로빈을 화학에서는 산화철로 설명하고 생물에서는 피의 색을 말하죠.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는 다 나누어서 배워요.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융합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 학회, 저서 등 손미현 교사의 삶을 빼곡하게 채운 많은 일들의 중심은 단연코 학생들과 함께 하는 19년 차 교직 생활이다. 매해 반복되는 수업에 지쳐 잠시 휴직을 하며 대학원에 다녀온 후에는 학생들이 더욱 소중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시간을 소비하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대학원 수업에서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교사인 저는 아이들의 시간을 얼마나 값어치 있게 쓰고 있는 걸까요? 매 수업마다 아이들의 45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자문하고 있어요. 동시에 아이들에게도 이야기 해줍니다. 너희들 역시 너희들의 45분 시간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요.”
손미현 교사의 과학 수업은 활동 수업이 많다. 설명으로 끝내기보다는 단서와 질문을 주고 모둠별 미션을 수행하면서 같이 결론을 유추해갈 수 있게끔 이끌어 간다. 아이들은 수업 시간 내내 무언가 쓰고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 혼자 떠드는 수업이 아닌 선생님보다 아이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하는 노인공경, 에너지 문제, 미세먼지 등 사회문제도 융합교육 차원에서 많이 다룬다. 이러한 활동 위주 수업이나 통합형 스팀 교육이 언제나 호응도가 높을 수는 없다.
“재미있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보다는 호응도가 높아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도 중요하고요. 노인공경 주제에 관한 수업 중에 노인 체험 키트를 사용한 융합수업을 했어요. 녹내장 안경 쓰고 바늘 귀 끼우기, 발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허리를 굽힌 채 지팡이 짚고 5층 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미션을 직접 수행하고 난 아이들의 시야는 확연하게 변해 있었어요.”
실제 수업 후에 학교 앞 주택가에서 폐지를 떨어뜨린 노인 분을 도와주는 아이들을 보고 동네 주민들이 칭찬 전화를 주기도 했다. 단순히 과학이라는 학문을 넘어서 사회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함께 가르쳐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융합교육은 꼭 필요하다고 손미현 교사는 말한다.
온라인 수업 역시 활발한 융합교육
코로나19로 교육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손미현 교사만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교사도 드물지 않을까. 초반에 주를 이루었던 온라인 업로드 수업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아이들의 대답을 이끌어내고 싶었다. 수많은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동영상 중간에 질문을 넣고 정답일 경우에만 다음을 넘어갈 수 있는 개별화 수업도 진행해보았고 그룹방 등을 이용한 온라인 토의 활동 등의 융합교육도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각자 의견을 발표하려고 하면 시간도 부족하고 나서지 않으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온라인으로 포스트잇을 칠판에 붙이듯이 적을 수 있으니 부담 없이 의견을 적어내더라고요. 한 모둠을 모아서 함께 툴을 만드는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 과정을 보면서 실시간 피드백을 줄 수 있어서 훨씬 효율적이었고요. 코로나19 전에는 사용해보지 않았던 오픈 채팅방이나 질문 방 등을 만들어 활용하는 등 ‘시도 때도 없는 소통’이 가능해진 것도 좋아요.”
과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다가 수업을 통해 흥미를 갖고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전공으로 선택할 만큼 좋아하게 되는 제자들을 볼 때면 뿌듯하다. 실용적이면서 재미있는 과학 수업을 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하게 된다. “과학이 삶 속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동차 내부 구조를 몰라도 운전은 할 수 있지만 최소한 엔진이 어디에 있는지 알면 훨씬 편해지잖아요.”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 과학교사지만 손미현 교사는 “과학교사이기 전에 먼저 교사이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적인 교감을 먼저 할 수 있는 따뜻한 선생님이고 싶다.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교탁으로 와요. 누리호 발사 보셨어요? 어제 어디에서 봤는데 지구가 어떻대요.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이 고맙고 어여뻐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챙겨주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잘 하고 있구나 생각해요.”
스팀교육 전문가로서도 융합수업을 진행하는 과학교사로서도 학생들 바로 곁에 서있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도 손미현 교사의 단단한 역량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