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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훈 연구관 국립과천과학관 과학탐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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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과학적 상상을 담아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곳, 국립과천과학관


“새로운 과학이 주는 충격은 일상이 되고 새로운 지식은 결국 상식이 된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과학은 지금 이디에 있을까? 생명과학, 물리화학, 우주과학, 기후과학, 컴퓨터공학….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학, 최고의 과학자 집단이 말하는 세상의 모든 과학이 담겨 있는 곳,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찾을 수 있다. 2007년 현재의 과학관이 들어서기 전 준비단계에 입사해 2008년 11월 국립과천과학관 개관부터 함께해오며 기초과학팀, 경영기획과, 전시기획총괄과, 과학문화과 등 과학관 대부분의 업무를 거쳐 현재 과학탐구관 팀장으로 과학탐구관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광훈 연구관을 만나 국립과천과학관이 말하는 ‘과학의 지금’을 들어보았다.


과학자가 되어 만난 교실 밖 교육


“물리학자가 되고 싶다거나 과학자가 되어야겠다는 큰 꿈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던 물리 선생님과 곁에서 쉽게 가르쳐주던 친구의 영향으로 기초학문으로서의 물리에 대한 관심이 시작이었지요.”  막상 대학교에 입학해 접한 물리학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과학 대표 학문임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어려우면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몰두할 수 있었다. 교직에도 관심을 두고 물리학 교육, 영재교육 등 관련 공부를 하면서 석, 박사 과정까지 공부를 꾸준히 이어갔고 다양한 관심과 노력은 과천과학관에서의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직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과천과학관에 입사하고 학교 밖 교육도 교육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과학관에서는 총체적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전시물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과학자로서 전시물에 과학원리가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해야 하며 관람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보기 좋아야하므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요구되며 테크니션으로서 내구성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총괄하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에요. 과학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공자와 미술 디자이너,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채워가고 있습니다.”


과학 원리를 더욱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


최근 국립과천과학관의 전시 형태가 바뀌었다. 주제와 콘텐츠를 정해서 전시 전문 회사에 외주를 주었던 형태에서 벗어나 이동형 과학원리 체험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선보인 것. 이동과 보관이 용이한 크기로 만들어 박스에 보관하기 때문에 넓은 공간이 아닌 테이블 위에 놓고도 누구나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관람객이 체험하는 과정에서 인기도, 고장여부, 주요 사용방법, 설명 패널의 가독성 등을 관찰해 전시물을 보완, 변경해 나가고 있다.


“삼각 플라스크 등 실험 도구 형태의 전시물에는 겁을 먹는데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유리병을 사용하면 효과는 비슷하면서 관람객들은 훨씬 가깝게 여기더라고요. 두 명 이상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전시물들이 인기가 많고요.”


해외 유튜버 스티브 몰드가 소개하여 이슈가 되었던 ‘쇠사슬 분수’ 체험에서는 쇠사슬을 높은 곳에서 낙하시키면 쇠사슬이 분수처럼 위로 솟구치면서 낙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3년 영상이 공개되었던 당시에도 이유를 알고 싶다는 댓글이 폭주하면서 영국 물리학자가 원리를 설명하는 논문까지 발표했다. 스케이트보드의 알리 동작과 같이 위쪽으로 당겨 올라가는 쇠구슬이 그 다음에 연결된 컵 속 쇠구슬을 당기게 되면 컵 속 쇠구슬은 바닥에 힘을 가하게 되며, 딱딱한 바닥에 가해진 반동으로 컵 속 쇠구슬도 되튀어 올라가게 되는 원리로 처음 소개했던 유튜버의 이름을 따 ‘몰드효과’라고도 불린다. 이 실험을 체험하게 하고자 프로토타입으로 만들어냈다. 상설 전시로 만들 경우 관람객이 다시 쌓아야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있을 테지만 두 개의 그릇을 연결하거나 깔때기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문제 해결 테스트를 거쳐 선보였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프로토타입 전시물


그 외에도 나무 블록으로 아치 다리를 조립한 후 직접 건너 가볼 수 있도록 만들어 아치 구조의 튼튼함을 체험할 수 있는 ‘아치형 다리 체험하기’, 공기의 저항이 없는 진공에서 물체의 낙하속도를 비교해볼 수 있는 ‘진공에서 낙하’, 빙빙 도는 물이 병 안에서 소용돌이를 만들어볼 수 있는 ‘소용돌이’와 물에 작용하는 중력, 회전력, 공기의 압력에 따른 영향으로 진공에서는 소용돌이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진공 속 소용돌이’ 등 50종의 과학 체험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러한 과학원리 체험콘텐츠는 이동성이 좋고 운영 인력만 있으면 비용도 들지 않아 인천어린이과학관,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송암스페이스센터, 서울시교육청 서울과학전시관,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 등에서도 임대 전시를 이어왔으며 서울국제도서전, 특허청 청소년발명페스티벌, 포항 가족과학축제 등 다양한 현장에서도 체험 전시장을 펼쳐 관람객들의 눈길과 발걸음을 붙잡았다.


“프로토타입의 전시물 역시 일종의 과학 실험이죠. 생각한 결론이 나오면 기쁘지만 나오지 않으면 다시 연구를 해요. 그 모든 과정들은 즐거워요. 그렇지만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획, 설계하고 전시회사에 발주하는 일, 디자이너와 유지보수팀의 동의를 얻는 과정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비용 절감의 문제, 시간의 문제 등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활용할 수 있는 과학관이 될 것


정광훈 연구관은 현장에서 직접 뛰는 과학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체험 전시장에서 듣는 현장의 소리는 언제나 소중합니다. 당연하게 사용하던 ‘진공’이라는 단어를 미취학 아이들이 모르는 걸 보고 패널의 설명을 바꿔야겠구나 생각하게 되기도 했어요.”


2014년 발간된 <국립과천과학관 전시물 활동서>는 정광훈 연구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정광훈 연구관을 포함한 과학관 내부 직원과 외부 교사가 함께 참여해 만들어진 활동서는 국립과천과학관 전체 전시물 중 교육과정 연계성이 높고 학교 밖 탐구활동에 적합한 79개의 전시물을 선정해 개발되었다. 전시물 소개, 활용 방법 등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전시물을 관찰하는 방법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전시물의 과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활동지를 제시하고 더 알아보기, 문제 풀기, 집에서 해보기 등 실생활 질문 등을 담아 호기심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유도했다. 특히 학교수업 시 어떤 전시물이 교과단원과 연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초중고 교과단원별 연계 활동지 목록’을 제공해 큰 인기를 끌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외부 교사 19명과 함께 전시자료를 제공하면서 방향을 논의하고 활동지의 형태도 결정했어요. 초·중·고 수준별로 나누어서 이용할 수 있게, 교과과정과 연계될 수 있게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었지요.”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후에 이루어진 방송 ‘도전 골든벨’ 특집 ‘도전 과학 골든벨’ 역시 정광훈 연구관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으로 이루어진 성과였다. “과천과학관을 학생들에게 많이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낸 아이디어였는데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심지어 그 이후 타 부처에서도 ‘도전 골든벨’ 특집을 이어가서 더 뿌듯했어요.”


과학원리 체험콘텐츠의 업그레이드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10주년 기념 특별전이었던 ‘파인만의 물리이야기: 원자로 이루어진 세상’은 정광훈 연구관의 기획 하에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했지만 특히 212명 자원봉사 학생이 함께 해 더욱 특별했다.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서 행사 참여를 제안했고 자원봉사에 지원한 학생 모두에게 <파인만의 물리이야기> 전시자료집 파일을 보내주었다. “과학고, 과학중점고는 물론 일반고에서도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학생들과 기획전을 함께 하려고 하는 건 과학관에서 지식 이상을 배워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력을 물어보면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끌어당기는 것이라고 대답하지만 중력이 왜 생겼는지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해요. 과학 수식 외의 더 넓은 세상을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쉽지 않네요.”


최근에는 기초과학보다 AI 등 직관적인 프로그램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정광훈 연구사는 “기초과학보다 AI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맞다, 틀리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초과학을 다양하게 알아야 더 멀리 볼 수 있다”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만든 과학원리 체험콘텐츠 역시 그러한 이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광훈 연구관이 맡고 있는 과학탐구관은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프로토타입으로 전시되었던 과학원리 체험콘텐츠 17개가 상설전시물로 설치되어 2021년 12월에 관람객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관람객들의 피드백을 통해 보완하고 내구성에도 더욱 신경 쓴 만큼 더 좋은 전시물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존 과학원리 체험콘텐츠 50개는 새롭게 추가 제작, 30개는 추가 개발해 총 80개의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보관, 운반하던 박스 역시 업그레이드 해 박스 자체가 테이블로 활용되는 등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는 콘텐츠가 펼쳐질 예정이다.















다양한 과학원리 체험콘텐츠는 국립과천과학관 유튜브인 ‘[과학원리체험]@HOME’ 코너에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과학관 방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매주 1편씩 자세한 과학원리 설명과 집에서 간단하게 체험하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어 유용하며 온라인 과학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어 조회 수가 높다.


과학 지식 그 이상을 배워가기를 바란다


과학탐구관의 '로봇형 지진체험시설', 자연사관의 ‘생동하는 지구 S.O.S’, 별도 예약이 필요한 천문우주관의 ‘전파망원경’ 등은 정광훈 연구관이 강력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다. “로봇형 지진체험시설에서는 실감형 3D 영상과 5채널 지진체험실을 체험할 수 있어요. 엔터테인먼트 체험이 될 수 있습니다. 생동하는 지구 S.O.S는 개방형 체험물로 실시간 구름 이동, 세계 지진 발생 현황, 밤에 본 지구, 비행기 이동 경로, 6억 년간 대륙 이동 모습은 꾸준한 인기를 얻는 영상들을 볼 수 있어요. 전파망원경을 통해 꼭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지요. 태양 원자에서 나오는 전자기파 신호를 잡아서 태양이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거든요.”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중·고등학생 이상의 관람객들, 더 나아가 연구자들도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물을 개발하고 싶다”고 정광훈 연구관은 말한다. “석사 과정 중에 통계물리이론 상전이현상 시뮬레이션 모델을 접했어요. 온도 별로 시스템이 정렬하거나 흩어지는 패턴의 변화가 수치화되고 그래픽화 되어 보여지다보니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어요. 이공계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그런 과정들을 조금이라도 체험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식을 얻는데 그치지 않고 의심을 품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 수 있기를, 마음껏 의심하고 상상하며 과학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함께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