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을 없앨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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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미래의 교통
‘잘 달리는 차’ 넘어 ‘대화하는 차’로 진화해야
누구나 꽉 막힌 도로 위, 자동차에서 앉아 꼼짝 못 하고 있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차 밖으로 나와 막히는 도로를 바라보면 차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차들이 조금씩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이러한 교통체증이 왜 생기는 것일까? 자율주행차의 주행 방식은 사람이 운전하는 방식을 그대로 닮았다. 사람이 눈으로 주변을 살피듯,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로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한다. 그렇다면, 지금 자율주행 기술로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을까?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교통체증은 도로가 감당할 수 있는 차량 수보다 더 많은 차량들이 통과하려고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어떤 지점을 1시간 동안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의 수, 도로 용량은 운전자가 앞차와 유지하는 시간 간격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 시간이 2초라면 해당 도로 지점은 시간당 최대 1,800대, 3초라면 1,200대가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도로가 처리할 수 있는 차량 수도 줄어든다. 예컨대 1,800대가 통과하는 지점에 더 많은 차량이 통과하고자 한다면, 그 용량을 초과하는 차량 수만큼 지나지 못하고 기다리게 되면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통과하고자 하는 차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기다리는 차들도 많아지게 되어 체증이 심해지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특정 지점은 도로용량이 작은 경우도 있다. 이른바 병목 지점이다. 여기서 핵심은 운전자의 인지반응시간이다. 운전자가 도로 위의 어떤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일반적으로 1.5~2.5초 수준이며 피로하거나 주의가 분산되면 더 길어진다. 합류 구간이나 신호 교차로처럼 판단해야 할 상황이 많은 곳에서는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 반응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지반응시간이 길어지면 도로 용량이 줄어들고, 그 지점이 병목이 되어 정체가 시작된다. 결국 교통체증의 본질은 우리의 인지반응시간이 상황에 따라 커지고 불규칙해지면서 도로를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의 최대 수보다 통과하고자 하는 차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인 것이다.
사람과 닮은 자율주행차의 운전 방식,
그러나 피로해지지 않는 AI
그렇다면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운전할까? 자율주행차의 주행 방식은 사람이 운전하는 방식을 그대로 닮았다. 사람이 눈으로 주변을 살피듯,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 다양한 센서로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지한다. 사람이 그 상황을 보고 판단하듯, 차량 내 인공지능이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한다. 그리고 사람이 핸들을 돌리고 페달을 밟듯, 컴퓨터의 판단에 따라 차량이 스스로 제어된다. 인지, 판단, 제어의 세 단계가 사람의 운전과 동일한 구조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수행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피로하지 않는다. 장시간 운전해도 반응이 느려지지 않는다. 졸음도, 딴생각도 없다. 라디오 소리에 주의가 분산되거나, 스마트폰 알림에 시선을 빼앗기는 일도 없다. 사람의 인지반응시간이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들쑥날쑥한 것과 달리, 자율주행차는 언제나 일정한 반응 속도로 주행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차가 사람보다 더 빠르게 인지하고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도로용량을 실질적으로 늘릴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원리를 다시 떠올려보자. 사람 운전자의 인지반응시간이 평균 2초일 때 도로용량은 시간당 1,800대다. 만약 자율주행차가 이 시간을 1초로 줄일 수 있다면, 같은 도로에서 시간당 3,600대가 통과할 수 있다. 차선을 늘리거나 도로를 새로 짓지 않아도, 인지반응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로 도로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교통정체의 근본 원인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공급 측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자율주행차가 결국
교통체증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
지금 자율주행 기술로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자율주행으로 교통체증을 줄이기에는 벽이 존재한다. 국내 연구진이 실제 자율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율주행차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도로용량이 오히려 감소하였다. 즉, 정체가 증가한 것이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율주행차가 ‘너무 안전하게’ 달리기 때문이다. 현재의 자율주행차는 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설계되어 있다. 센서가 상황을 인지하고 컴퓨터가 판단을 내리는 과정에서, 혹시 모를 오류에 대비하거나, 센서의 검지 거리에 대비해 앞차와의 간격을 사람보다 훨씬 넉넉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사람 운전자가 2~3초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자율주행차는 2~5초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살펴본 원리로 돌아가면, 이 간격이 길어질수록 도로용량은 줄어든다. 부드러운 가감속은 같은 시간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줄이고, 신호 대기 후 출발할 때도 사람보다 느리게 반응해서 한 신호에 통과하는 차량 수가 줄어든다. 도로용량이 줄어드니, 같은 수의 차량이 통과하려 해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 더 쉽게 만들어진다. 교통 체증의 조건이 오히려 더 자주 충족되는 셈이다.
미래에는 자율주행 기술로 교통체증을 줄일 수 있을까? 쉽게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하나는 자율주행차 자체의 기술 발전이고, 다른 하나는 차량 간, 차량과 인프라 간 연결성의 확보다. 먼저 자율주행차 자체의 기술이 발전하면 인지반응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더 정밀한 센서는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더 빠른 인공지능은 그 정보를 더 짧은 시간 안에 판단으로 연결한다. 사람의 인지반응시간이 1.5~2.5초인 것에 비해, 기술이 발전할수록 자율주행차의 인지반응시간은 점점 짧아질 수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인지반응시간이 2초에서 1초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도로 용량은 두 배로 늘어난다. 차선을 늘리거나 도로를 새로 짓지 않고도 같은 도로에서 훨씬 많은 차량을 소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센서가 정밀하고 인공지능이 빨라져도, 현재의 자율주행차는 상황이 발생한 뒤에야 그것을 인지할 수 있다.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고 느려지기 시작하면 뒷차의 센서가 그것을 감지하고, 감지한 뒤에야 판단하고, 판단한 뒤에야 제어한다. 인지-판단-제어의 순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한계를 넘는 열쇠가 바로 통신을 통한 정보의 공유이다. 상황을 만들어내는 주체, 즉 앞차나 신호등이 그 상황을 직접 통신으로 전달하면 뒷차는 센서로 볼 필요 없이 즉시 알 수 있다.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또는 브레이크를 밟기 직전에, 그 정보를 뒷차에 알려주면 상황을 보기도 전에 이미 알고 반응할 수 있다. 즉, 인지에 걸리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판단과 제어만 남으니 인지반응시간은 극적으로 줄어든다.
차량과 차량, 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서로 대화하는 차’가 만드는 변화
차량 간 통신(V2V, Vehicle to Vehicle) 또는 도로 인프라와 차량이 연결되는 V2I(Vehicle to Infrastructure) 기술이 현실화되면 모든 것들이 가능해진다. 앞차의 급제동, 차선변경, 속도 변화를 뒤따를 차량들에 알려주거나, 신호등이 언제 바뀌는지, 전방에 어떠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지 미리 전달해 준다면 자율주행차가 인지해야 하는 근본원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지반응시간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직접 정보를 전달하므로 인지에 걸리는 시간이 없어지고, 판단과 제어만 남는다. 인지반응시간이 극도로 짧아지면 차량들은 앞뒤 범퍼가 맞닿을 듯 촘촘하게 이동하면서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원리로 돌아가보자. 사람 운전자의 인지반응시간이 2초일 때 도로 용량은 시간당 1,800대였다. 만약 통신 기술을 통해 이 시간을 0.2초로 줄일 수 있다면, 같은 도로에서 시간당 18,000대가 통과할 수 있다. 도로 용량이 10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도로를 새로 짓거나 차선을 늘리지 않아도, 연결성 하나만으로 교통정체의 근본 원인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뒤집을 수 있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교통정체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서로 대화하는 차’로 진화해야 한다. 똑똑한 차 한 대보다, 서로 연결된 수천 대의 차가 훨씬 강력한 해답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서로의 정보를 공유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교통체증이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기태 교수는 미국 U.C. Berkeley에서 교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현재 KAIST 조천식 모빌리티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모빌리티와 미래 교통시스템, 지속가능한 도시와 이동환경을 연구하고 있으며, KAIST 모빌리티AX연구소 소장과 글로벌리더십센터 센터장을 맡아 연구와 교육, 글로벌 협력을 이끌고 있다. 아울러 국가교통위원회 등 정부 정책 활동에도 참여하며 미래 사회를 위한 교통·모빌리티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