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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사가 바라보는 ‘에이전트 시대’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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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삶을 바꾸어놓는 AI 비서의 등장
AI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최근 AI는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메일 확인, 일정 관리, 자료 정리 등 다양한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하며 우리의 일상과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일상과 교육 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오늘날,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태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AI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발전하는 사고의
‘오픈소스(open source)’ 등장


강의를 앞둔 지난 4월, 필자는 텔레그램(Telegram)에 한 줄을 적었다. “내 옵시디언 노트를 검색해서, 교사의 옵시디언 활용과 Harness Engineering에 대한 강의안을 작성해 줘.” 3분 뒤, 발표 자료의 옵시디언(Obsidian) 노트 링크가 톡으로 도착했다. 내가 수업하는 동안, 노트북은 자료를 뒤지고, 슬라이드를 다듬고, .md 파일 형태의 옵시디언 노트로 변환해 두었던 것이다. 누가 한 것일까? 사람이 아니라, 24시간 일하는 작은 비서 프로그램이 한 일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JARVIS)를 이제 우리가 부르는 이름이 있다 — AI 에이전트(Agent).


지난 2년간 우리는 AI를 ‘물어보면 답해주는 똑똑한 검색’으로 써왔다. ChatGPT, Claude(클로드), Gemini(제미나이)가 대표 선수였다. 그런데 2025년 11월, 오스트리아의 한 40대 개발자가 취미로 만든 OpenClaw라는 오픈소스(open source)가 등장했다. 깃허브(GitHub) 별을 2주 만에 19만 개나 받았고, 샘 올트먼·마크 저커버그·사티아 나델라가 직접 전화를 걸었으며, 결국 OpenAI가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은 이를 두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라고 평했다. 이제 AI는 인간이 묻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24시간 깨어 있다가, 30분마다 스스로 메일을 확인하고, 일정을 챙기고, 새벽 3시에 서버가 죽으면 텔레그램으로 알려준다.


원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인지 → 계획 → 행동 → 기억 → 반성, 사람이 일하는 다섯 단계를 그대로 흉내 낸 것이다. 이 중 결정적인 단계는 세 번째 ‘행동’이다. 기존 챗봇(Chatbot)이 끝내 해내지 못한 부분이다.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2024년 말 등장한 MCP(Model Context Protocol) 덕분이다. AI에게 USB-C 같은 표준 단자가 생긴 셈이다. 이제 AI 하나에 이메일·캘린더·스마트홈·은행 앱이 한꺼번에 꽂힌다. 더 나아가 A2A(Agent-to-Agent)라는 규격을 통해 에이전트끼리도 분업한다. 식당 예약 에이전트, 결제 에이전트, 배달 에이전트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한 끼 식사를 해결해 주는 식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미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startup incubator)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게리 탄은 예전에는 매출 1,000만 달러를 만들려면 엔지니어 50명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10명이면 된다고 말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7세 미국 청소년 잭 야데가리는 ChatGPT로 칼로리 계산 앱 하나를 만들어 월 100만 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깃허브의 연구에 따르면 AI 코딩 도구를 쓰는 개발자는 그렇지 않은 개발자보다 55% 더 빠르다.


‘딸깍 한 번에 수십 억’은 거짓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보다 설계 능력


이쯤 되면 SNS에 흔한 광고가 떠오른다. ‘AI 에이전트로 딸깍 한 번에 월 1억!’ 단호히 말씀드린다. 거의 다 강의를 팔기 위한 목적이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사라진 시장에는 초과 수익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경제 원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에이전트를 써본 연구자들에게는 공통된 고백이 있다. ‘이럴 바엔 그냥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빠르겠다.’ 카네기멜런대(CMU)의 ‘TheAgentCompany’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에이전트는 복잡하고 장기적인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사용자는 일을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사고 치지 않게 옆에 붙어 있는 감독자·교정자가 되는 셈이다.


진짜 변화는 다른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하네스 엔지니어링(Harness Engineering)이라는 새 단어가 등장했다. 하네스(harness)란 말 머리에 씌우는 마구를 뜻한다. AI라는 강력한 말이 옆길로 새지 않게 묶어주는 구조로 CLAUDE.md 같은 지침 파일, SKILL.md라는 작업 매뉴얼, MCP 도구, 작은 보조 에이전트(subagent),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자동으로 점검하는 훅(hooks) 등의 조합이 그것이다. 즉, 똑똑한 AI보다 ‘AI가 일할 구조를 잘 짜는 사람’이 이긴다는 뜻이다. 한 AI 연구자의 표현이 인상 깊었다. “이 시대 진짜 격차는, 자기 안에 있던 암묵지를 언어로 끄집어내는 능력에서 벌어진다.”


교사의 자리에서 본 풍경-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역량


여기까지 쓰고 나니, 교사로서 한마디를 보태고 싶어진다. 내가 학생들에게 길러주고 싶은 능력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암묵지를 언어로 옮기는 능력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제 코드를 외울 필요가 없다. 외우는 일은 AI가 해준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어떤 순서로 풀어야 하는지’, ‘여기서 멈추고 검토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런 경우엔 절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지’를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은 AI가 가르쳐 주지 못한다. 이걸 가르치는 일이 바로 학교의 몫이다. 흔히 말하는 문해력(literacy)은, 미래에는 ‘AI에게 맡길 일을 자기 언어로 정의하는 힘’으로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둘째, 정렬(Alignment)에 대한 분별력이다. 2023년 GM의 자율주행 택시 크루즈(Cruise)가 사고 후 보행자를 매단 채 6미터를 그대로 달린 일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알고리즘에 ‘사고가 나면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말고 갓길로 이동하라’가 최우선으로 코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AI는 명령을 문자 그대로 지킨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정말로 원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 현상을 전문가들은 명세 게임(Specification Gaming)이라고 부른다. 미다스(Midas) 왕이 ‘내 손에 닿는 모든 것을 금으로 만들어달라’고 빌어 끝내 딸을 황금 동상으로 만들어버린 그 비극과 닮은 모습이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AI가 24시간 옆에 붙어 있는 세상이다. AI가 똑똑할수록, 우리는 더 정교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교육의 일이지 공학의 일이 아니다.
물론 화살을 바깥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5,300억 원을 쏟고도 교과서 지위가 박탈된 ‘AI 디지털교과서’ 사태가 그것이다. 감사원 발표(2025년 12월)에 따르면 평균 활용률은 8.1%,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60%에 달했다. 정책의 설계자가 교사는 아니었지만, 같은 함정이 우리 교실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AI를 잘 쓰자’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수업이라는 우리의 암묵지를 자기 말로 풀어 AI에게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우리도 결국 남이 만든 AI 위에 프롬프트 몇 줄만 얹게 될지 모른다. 이제 교사는 기술을 소비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수업의 지혜를 기술에 이식하는 설계자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빠른 변화일수록 중요한 것은 분별력


OpenClaw의 창시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코드를 읽지 않고도 서비스를 배포한다.’ 처음 들으면 무책임해 보이지만, 생각할수록 더 무서운 말이다. AI가 무엇을 하든, 결국 책임은 그것을 배포한 사람의 몫이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만이 AI를 배포할 자격이 있다. 학생도, 교사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AI가 잘하는 일은 점점 늘어난다. 그러나 ‘AI에게 무엇을, 왜, 어디까지 맡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무거워지고 있다. 메시지 하나에 강의안을 정리해 준 그 AI 비서를, 나는 여전히 온전히 신뢰하지는 못한다. 매일 아침 첫 일은 그 결과물을 한 줄씩 다시 읽어보는 일이다. 그게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할 태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하는 것일수록, 천천히 검토하는 사람이 결국 멀리 간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좋은 질문을 던지기에 가장 쉬운 시점이다.


김문정 교사는 현재 안양박달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AI 전문 유튜브 ‘배움의 달인’을 운영하며 다양한 AI 도구 및 에이전트를 개발, 공유하고 있다. 아이스크림미디어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근무했으며, 웍스AI AX 컨설턴트로도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