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LIFE

문명과 바이러스 전파, 그리고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페이지 정보

본문


코로나는 인간이 불러들인 재앙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는 늘 바이러스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이러스는 언제 어떻게 사람의 몸에 들어와 우리를 아프게 할지 모른다. 이 세상에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생겨나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코로나는 우리가 불러들인 재앙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문제가 이제 전세계적 전염병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제 속도와 효율과 발전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이 아름다운 행성 위에서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뭐가 보이나요? 책 상, 컴퓨터, 음악이 흘러나오는 작은 스피 커, 커피 컵, 창밖으로 나무 몇 그루, 차분히 내리는 빗소리… 이게 전부입니다. 정말? 정말 그게 전부일까요? 아니에요. 책상 위에, 컴퓨터 위에, 그리고 우리와 책상과 컴퓨터 사이의 공기 속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미생물이 뭐냐고요? 미생물은 한자로‘微生物’이라고 써요.‘ 생물’은 알지요? 미(微)는 ‘아주 작다’는 뜻이에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을 일컫는 말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미생물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얼마나 작기에 ‘작을 소(小)’도 아니고 ‘아주 작을 미(微)’ 라고 할까요?


지구역사 상 주연은 미생물이고,

인간은 조연일 뿐

학교에서 세포에 대해 배웠을 거예요. 우 리 몸은 세포로 되어 있지요. 세포는 아주 작아요. 아직도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 몸속 에는대략100조개의세포가있다고생각합 니다. 그러니 세포 한 개는 눈으로 볼 수 없 을 정도로 작은 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세균 의 크기는 세포의 1/10밖에 안 돼요. 바이러스는 더 작아서 세균의 1/10 밖에 안 됩니다. 그럼 바이러스는 세포의 1/100인가요? 아니지요. 길이가 그렇다는 말이니까 부피는 100의 3승, 즉 10만배 차이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포 한개에 바이러스가 10만개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바이러스가 얼마나 작은지 조금 느낌이 오나요? 미생물은 이렇게 작지만 인류의 역사, 아니 지구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쳐왔어요. 사실상 미생물이 주연이고 인간은 조연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많을 정도랍니다. 지구에 처음 탄생한 생명은 단세포 생물체였어요. 그 자체가 미생물이지요. 산소가 생겨난 것, 식물이 광합성을 시작한 것, 동물이 산소호흡을 하게 된 것이 모두 미생물 덕입 니다. 인류가 생겨난 후에도 미생물은 사실상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간 것, 고대 그리스에서 찬란한 민주주의를 꽃피운 아테네가 멸망한 것, 기나긴 중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 지금 우리 인간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게 된 것이 모두 미생물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과학의 역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점 점 더 많이 보게 된 역사라고 할 수 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너무 커서 안 보이는 것과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것이있지요. 예컨대 은하계나 블랙홀, 중력파처럼 너무 큰 차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 감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어요. 이런 현상을 ‘보게’된 것은 과학이 발달한 덕이지요. 거꾸로 너무 작은 것,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보게된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은 고작 40세 중반까지 밖에 살지 못했어요.



사람이 그렇게 일찍 죽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감염병 때문입니다. 감염병이 뭐나고요? 감염병이란 외부의 병원체, 주로 미생물이 우리 몸을 침입해 일 으키는 병을 말합니다. 옛날에는 감염병이 왜 생기는지 몰랐습니다. 왜 생기 는지모르니고칠수도없었지요. 전염병이 돌면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감염병 중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기는 병을 전염병이라고 해요. 인류는 끔찍한 전염병을 여러 차례 겪었습니다. 예를 들어 중세에는 흑사병이란 전염병이 유럽을 휩쓸어 인구의 1/4이 죽었어요. 4인 가족 중 한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해보면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이 없는셈이니 정말 무서운 일이었지요. 그렇게무서운전염병이물러가면한동안 별일 없으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심하면 매년 다른 병이 돌기도 했으니 일생 동안 여러 번의 전염병을 이겨내고 노인이 되도록 사는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우리에게 병도 되고 약도 되는 미생물의 세계

감염병이 왜 생기는지 알게된 것은 1800년대 중반이에요. 그전까지는 하늘의 노여움을 샀다거나, 몸속의 체액끼리 균형이 맞지 않는다거나, 사악한 기운을 품은 공기 탓에 병이 생긴다고 믿었어요. 그러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발견되고, 이 녀석들이 감염병과 전염병을 일으킨 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요. 손을 깨끗이 씻고, 기침할 때는 입과 코를 가리고, 병을 앓는 사람과 밀접한 접촉을 피하면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지요. 마침내 1940년대에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개발되자 인류의 수명이 크게 늘어났어요. 항생제와 백신을 이용해 수 천 년간 인류를 괴롭히던 병들을 하나 둘씩 해결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얻었지요. 천연두라는 무서운 병을 지구상에서 완전히 몰아냈을 때는 모든 감염병을 정복할 수 있으리란 꿈에 부풀 기도 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병들이 점점 자주 우리를 찾아옵니다. 1900년대 초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스페인 독감 때부터 그런 추세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쨌든 1970년대가 되면 신종전염병의 발생이 뚜렷해져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를 알려면 세균총이란 걸 알아야 해요. 미생물은 우리 주변 어디나 있다고 했지요? 그런 데 우리 몸속에도 엄청난 미생물이 살고 있어요. 알고 보니 우리 몸에서 ‘인간’ 세포는 100조 개쯤인데, 그 10배가 넘는 세균과 바이러스가함께 살고있었어요. 저런! 그럼 우리는 당장 감염병에 걸려 죽는게 아닐까요? 안심하세요. 이런 미생물은 오히려 우리를 건강하게 해줘요. 우리가 맛있게 먹은 음식을 잘 소화시킬 수 있는 것도, 면역계가 밖에서 침입한 적과 싸울 뿐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는 것도, 심지어 기분 좋게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도 미생물 덕이에요. 이렇게 우리 몸에 깃들어 살면서 건강에 유익한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모두 합쳐서 정상 미생물총이라고 해요. 미생물총이 우리에게만 있는건 아니에요. 모든 동물과 식물은 자신만의 미생물총을 갖고 있어요. 동식물과 그들의 몸에 사는 미생물총은 기나긴 세월 동안 서로 적응한 결과 떨어져 살 수 없는 동반자가 된 관계입니다. 중요한 건 동물의 미생물이 우리에게 넘어올 수 있다는 겁니다. 동물의 미생물과 우리는 오랫동안 적응한 관계가 아닙니다. 미생물은 우리가 낯설 고, 우리 몸은 미생물이 낯설어요. 너무 낯설어서 사이좋게 지내기가 어려워요. 예를 들어 볼게요. 대장균이란 세균을 들어보았을 거예요. 말 그대로 동물의 대장에 살지요. 종류가 많아서 알파벳과 숫자로 된 기호로 부릅니다. O157이라는 대장균이있어요. 이 녀석은 소의 대장균입니다. 소의 몸속에서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요. 하지만 비위생적인 식품을 통해 인간에게 넘어오면 출혈성 대장염이라는 무서운 병을 일으킵니다. 이렇듯 다른 동물의 미생물이 우리에게 넘어오면 때로 큰 병이 생기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엄청난 유행을 일으키기도 해요. 사실 홍역, 결핵, 천연두, 백일해 등 우리를 괴롭혀온 많은 병은 1만 년 전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길들인 가축에서 넘어온것입니다. 이런 병은 워낙 오래되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항생제나 백신을 써서 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요. 하지만 신종 전염병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동물은 이제 갈 곳이 없다, 병원체도 갈 곳이 없다

신종전염병은 말 그대로 새로 접촉한 동물에서 넘어옵니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가축이 아니라 야생동물에서 넘어온다는 뜻입니다. 원래 야생동물은 산이나 깊은 숲속에, 인간은 마 을에살았습니다. 그런데지금인류는무서운속도로생태계를파괴해동물이살곳이갈수록 줄고 있어요. 도시 개발, 인프라 건설, 벌목과 화전, 골프장, 아파트, 도로를 짓기 위해 수만 년 된 숲을 밀어버립니다. 온실가스를 내뿜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다 속 환경 도 급변합니다. 이제 동물은 갈 곳이 없어요. 동물이 쓰러지면 그 몸속에 살던 미생물 역시 갈 곳이 없지요. 그런데 수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한 지금, 점점 늘어나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지요. 그러니 미생물이 우리 몸속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여러분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할 겁니다. 사실은 바이러스가 어디서 온 게 아니라, 우리가 다가간 겁니다. 코로나는 우리가 불러들인 재앙이에요.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 문제가 이제 전 세계적 전염병으로 나타난 거지요. 결국 문제는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입니다. 우리는 이제 속도와 효율과 발전이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이 아름다운 행성 위에서 모든 생명과 더불 어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욕망을 다스리고 우선순위를 바꿔야 해요. 우리 인간은 너무 똑똑하고, 너무 어리석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분간하지 못하지요. 우리의 분별과 지혜가 우리 능력을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살아남을 겁니다.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매우 어둡습니다. 전염병의 대유행을 맞아 우리는 두려움에 몸을 떱니다. 생활에 여러가지 제한이 따르니 불편하고 답답합니다. 누구나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어땠나요? 풍요로운 삶에 중독되어 물을 오염시키고,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쓰레기를 마구 쏟아내지 않았던가요? 전염병은 언젠가 물러갈 겁니다. 이렇게 큰 일이 벌어졌으니 모든 나라가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전염병 대응체계를 갖추는데 전력을 다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좀 더 안전해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처럼 성장 과 발전과 풍요를 좇아 자연을 계속 망가뜨린다면 새로운 전염병은 계속 우리를 찾아올 겁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조금 불편하고, 조금 귀찮더라도 자연과 생명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모든 동물과 식물과 그 속에 깃든 미생물은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수억 년 진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하나의 우주입니다. 그 시간과 생명을 내 것처럼 존중할 때 비로소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신종전염병은 말 그대로 새로 접촉한 동물에서 넘어온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가축이 아니라 야생동물에서 넘어온다는 뜻이다. 원래 야생동 물은 산이나 깊은 숲속에, 인간은 마을에 살았 다. 그런데 지금 인류는 무서운 속도로 생태계 를 파괴해 동물이 살 곳이 갈수록 줄고 있다. 온 실가스를 내뿜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 고, 바다속환경도급변한다. 이제동물은갈곳 이 없다. 동물이 쓰러지면 그 몸속에 살던 미생 물 역시 갈 곳이 없게 된다. 그런데 수많은 동물 이 멸종 위기에 처한 지금, 점점 늘어나는 동물 이 있다. 바로 인간이다. 그러니 미생물이 우리 몸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강병철 대표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소아과 전문 의가 되었다.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며 번역가이자 출판인으로 살고 있다. 도서출판 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의 대표이며, Yes24의 웹진 <채널 예스>에 ‘강병철의 육아의 정석’을 연재 중이다. 지은 책으로 『서민과 닥터 강이 똑똑한 처방전을 드립니다』 외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은퇴 이민 가이드』『의학의 법칙들』 등 20여 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