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전자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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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져도 뛰어난 기능 회복 성능
미래형 바이오센서 기술의 핵심이 되다
인간의 피부는 외부 환경과 맞닿는 가장 넓은 기관으로, 온도, 압력, 통증, 촉각 등 다양한 자극을 인식하고 이를 신경계를 통해 전달하여 몸을 보호한다. 또한 손상 시에는 조직을 복구하는 자가 회복 능력도 갖추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피부의 생물학적 기능을 모방하여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기계에도 유사한 감각 및 복원 기능을 부여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전자피부(E-Skin)’다.
전자피부는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 기능을 갖춘 유연 전자소자로, 사람의 피부처럼 기계적 변형에 강하고 착용감이 우수하며, 생체 피부의 주요 기능을 상당 부분 모사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사용 시 반복되는 외부 자극과 수축·이완에 의해 소재에 미세 손상이 누적되면, 전자피부의 감지 성능이 점차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사람의 피부처럼 손상 부위를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자가치유 기능’을 전자피부에 도입하였다.
전자피부의 자가치유,
어떻게 가능한가?
자가치유 전자피부의 핵심은 ‘분자 간의 가역적 상호작용’이다. 자연상태에서 상처가 회복되는 것처럼, 재료 내부에서도 이황화 결합(disulfide bond), 수소결합, 금속-리간드 상호작용 등이 작동하여 손상 부위를 재결합하게 만든다. 본 연구팀은 이 중에서도 실온에서 빠르게 재형성될 수 있는 이황화 결합 기반의 고분자 설계 전략을 활용하여, 10초 이내 상온에서 손상을 회복하는 고탄성 자가치유 전자피부 소재를 개발하였다.
10초 이내 자가회복,
피부처럼 유연한 스마트 전자소자
현재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가치유 전자피부는 손상 복구를 위해 50℃ 이상의 고온이나 광조사와 같은 외부 자극이 필요하며, 치유 시간 또한 최소 1분에서 길게는 하루 이상 소요된다. 이러한 제약은 실시간 건강 상태 모니터링에 큰 장애 요소로 작용하며, 전자피부의 실용화 및 상용화를 제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반해 본 연구에서 개발한 전자피부는 별도의 외부 자극 없이 상온에서 10초 이내에 80% 이상의 기계적 회복률을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저온(-3℃), 고온(50℃), 저습(<20%), 고습(>80%), 수중 등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자가회복 성능을 유지하며, 900% 이상의 신축성과 피부와 유사한 탄성계수(100kPa)를 바탕으로 장시간 착용에도 탁월한 기계적 안정성을 제공한다. 더불어 생체적합성 소재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의료용 패치에서 흔히 발생하는 피부 홍반 등의 부작용 없이 장기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전자피부의 실용화 및 상용화를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처럼 움직임을 감지…
뇌처럼 학습하는 ‘전자피부’
이 전자피부는 단순히 ‘치유’ 기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가치유 기능을 갖춘 전자피부를 활용하면 손목, 손가락, 팔꿈치, 발목, 발바닥, 성대, 미간, 눈꺼풀, 들숨과 날숨 등 다양한 부위의 생체 신호를 측정할 수 있으며, ECG(심전도), EMG(근전도)와 같은 신호를 실시간으로 안정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전자피부를 절단한 뒤 자가치유시킨 상태에서도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생체 신호 측정이 가능함이 확인되었고, 격렬한 움직임이나 수중 환경에서도 우수한 감지 성능과 높은 신뢰성을 유지하는 등, 자가치유 전자피부의 실용성과 내구성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또한 생체 신호 측정 기능에 더해, 딥러닝 기반의 빅데이터 분석 모델을 결합하여 시스템을 실시간 근육 피로도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확장하였다. 10만 회 이상의 학습 과정을 통해 개발된 해당 모델은 95%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달성하였으며, 사용자의 근육 상태를 ‘피로’, ‘적정’, ‘이완’ 단계로 분류하여 실시간 시각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피로 누적을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사고 예방과 작업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며, 특히 운동선수, 재활 환자, 고위험 직종 근로자 등에게는 부상 예방 및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자가치유 전자피부의 미래
자가치유 전자피부 기술은 향후 웨어러블 AI 시스템, 디지털 헬스케어, 군사용 스마트 유니폼, 로봇 촉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높은 확장성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소재 자체가 손상 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은 유지보수 비용 절감, 소자의 수명 연장, 사용자 안정성 향상 측면에서 큰 장점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전자피부 기술은 인간의 피부를 대체하는 용도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곡물에 부착하여 농업 및 환경 모니터링 등의 비인체 분야로도 활용 가능성이 열려 있어 그 응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혁 교수는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 스마트센서 연구센터 센터장과 정보기술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또한, 미국 Terasaki Institute의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이용주 연구원은 서울시립대학교 및 University Paris Cite에서 공동 박사과정을 수행중이며, 유기반도체 기반 고감도 광센서 및 자가치유 전자소자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