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인간의 뼈에서 영감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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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간 뼈에 붙이는
‘뼈 반창고’ 신소재 개발
인간 뼈의 70%를 구성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 HAp)는 아파타이트(Apatite)라는 인산염(PO43-) 광물의 한 종류로, 생물학적으로 발생하는 몇 안되는 미네랄 중 하나이다. 이중에서도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하이드록실기(OH-) 성분이 많아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육방 결정계를 특징으로 하는 아파타이트는 화학식 M10(ZO4)X2으로 표현되며, M, Z, X 자리에는 다양한 원소가 위치할 수 있다. 칼슘과 인으로 구성되어 화학식이 Ca10(PO4)6(OH)2인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높은 생체 적합성을 자랑한다. 고온에서도 안정적이고 생물학적으로 불활성한 견고한 구조를 가진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의료 및 산업 응용에 특히 이상적이다. 구조 내의 Ca2+은 마그네슘, 스트론튬 등으로 대체하는 이온 치환이 가능하여, 약물 전달 시스템의 용해도 증가 또는 정형외과 응용을 위한 강도 향상에 이르기까지 특정 용도에 맞춘 재료를 생성할 수 있기도 하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뼈의 기능에 있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뼈의 향상성이라는 특성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 우리 몸의 뼈는 일생에 걸쳐 계속해서 파괴되고 재생되는 살아있는 조직으로, 이러한 지속적인 과정 속에서 파골세포는 뼈를 파괴하는 역할을, 조골세포는 새로운 뼈를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골절이 발생하여 항상성이 깨진 경우에 뼈는 자가적 골화 과정을 개시하여, 파골세포가 골절 부위의 뼈 조각과 죽은 세포를 제거하는 동시에 조골세포는 주변 세포와의 협력으로 콜라겐 섬유를 분비하여 빈 공간을 메운다.
이 과정에서 조골세포가 분비하는 칼슘과 인산 이온이 함유된 소포체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로 광물화되며 섬유질의 표면에 침착된다. 이렇게 생성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표면에서 조골세포는 계속해서 새로운 소포체를 생성하며, 이 과정은 뼈가 본래의 탄력과 강도를 회복하고 뼈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단단한 피질골이 형성될 때까지 계속된다. 이처럼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가 골세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능력, 즉 골전도성은 뼈의 강화와 복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제조 방법과 특성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합성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개발과 응용
물고기 뼈와 산호, 그리고 계란이나 조개껍질에서 추출한 천연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Na+, K+, Mg2+ 등의 미량 이온이 존재하는 비화학양론적 화합물인데, 과학자들은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합한 화학양론적 형태의 합성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잘 알려진 합성 방법으로는 침천 기법, 졸-겔 기법, 수열 기법, 전기도금 기법 등이 있으며, 각 방법에 따라 다양한 크기, 형태와 결정성의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제작이 가능하다.
특히 침전기법은 유기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도 다량의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생산할 수 있어 가장 널리 연구된 방법인데, 이 방법에서 사용되는 화학 반응식은 다음과 같다:
10Ca(OH)2+ 6H3PO4→ Ca10(PO4)6(OH)2+18H2O
수산화 칼슘(Ca(OH)2)과 인산(H3PO4)만을 반응물로 하는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입자 크기와 형태는 인산의 첨가 속도와 반응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는 최종 생성물의 pH와도 연관된다. 반응 온도는 합성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결정성에 영향을 미치는데, 섭씨 60도 이하에서 합성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단결정 형태를, 그 이상에서 합성된 경우 다결정 형태를 나타낸다.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제조 방법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치약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자연 법랑질(enamel)과 유사한 물질로 미세한 공간을 채워 치아의 손상을 줄이고, 법랑질의 매끄러움과 광택을 복원한다. 뼈 재생 분야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뼈 세포의 부착, 증식, 분화를 촉진하는 역할과 인체 뼈와의 화학적, 구조적 유사성으로 자연스러운 뼈 성장을 촉진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골 이식재로 널리 사용되며, 금속 임플란트 표면에 코팅재로 사용되었을 때는 임플란트와 뼈 사이의 결합력을 강화하고 임플란트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약물 시스템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치료제를 효과적으로 목표 조직에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높은 유용성 가진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나노 기술 발전으로 성능 향상과 최적화 활발
이처럼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높은 유용성으로 인해 과학자와 연구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최근에는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성능과 효율을 더욱 향상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나노 스케일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기존보다 훨씬 큰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물질의 반응성이 향상되며, 이는 세포와의 상호작용을 증가시켜 뼈 성장을 촉진하고 치유 속도를 높이므로 생체 의학적 응용에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순수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강성이 낮고 인장 강도가 떨어져 단독으로는 적용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복합 재료 연구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다양한 재료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결합하면 각 재료의 장점을 통합한 새로운 복합 재료를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폴리머와의 결합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금속과의 결합은 기계적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재료는 다양한 목적에 따른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를 실제로 활용한 한 가지 구체적 예시를 살펴보자. 앞서 설명한 대로, 뼈는 골화 과정으로 자가 치유가 가능한 한편, 압전성을 이용하면 해당 과정의 촉진이 가능하다. 압전성은 소재가 압력을 받았을 때 전기를 발생시키는 성질로, 뼈의 자체적인 특성 중 하나이다. 이처럼 압전성은 뼈 조직의 자극 및 재생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생체 적합성과 친화성은 뛰어난 한편 압전성이 거의 없다. 또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는 고온, 고압에서 압착하지 않고는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며 부스러지는 특성이 있어 체내에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곤란하다. 본 필진은 전남대학교 김장호 교수 연구팀과 협업하여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폴리비닐리덴 플루오라이드-코-트리플루오로에티렌(polyvinylidene fluoride-co-trifluoro ethylene)이라는 압전 폴리머와 결합하면 생체 친화적이면서도 압전성이 있는 복합소재를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이 공정으로 제작된 유연하고 독립적인 지지체는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체외 및 체내 실험에서 뼈 재생을 가속하는 놀라운 잠재력을 입증했다.
또한, 본 필진은 동 지지체의 골 재생 효과의 원인을 다각도로 밝혀내기 위해 원자간력 현미경(AFM) 분석을 통해 지지체의 전기적 특성을 조사했으며, 세포 모양과 세포 골격 단백질 형성에 대한 상세한 표면 특성 평가를 진행했다. 또한, 압전 및 표면적 요소가 성장 인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이렇게 제조된 복합체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첨가는 폴리머의 압전 특성을 강화하면서도 세포외기질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여 조골세포의 활동을 촉진하여 뼈의 성장과 재생을 도모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래 기술과 밀접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3D프린팅 기술과 만나 혁신적 확장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미래는 기술의 발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3D 프린팅 기술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응용 범위를 혁신적으로 확장한다. 3D 프린팅을 통해 맞춤형 의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복잡한 형태의 뼈 구조물이나 임플란트를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환자 맞춤형 치과 임플란트는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정확한 치수와 형태로 제작될 수 있으며, 이는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의 회복시간을 단축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 생체 호환성 재료의 사용을 넘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지속 가능한 생산 방법의 필요성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홍승범 교수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로서 현재 교무처장 및 글로벌경쟁력 보좌역 그리고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학과장,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영년직 책임연구원 및 삼성종합기술원 수석연구원, 스위스 EPFL 박사후연구원을 역임하였다.
주소연 연구원은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 중으로 인공지능 및 나노스케일 고도 분석을 활용하여 압전복합소재를 바이오응용에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