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학습자 주도성을 높이는 IB 개념기반 탐구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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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세계 이해 위한 의미있는 학습 추구
가능성 있는 미래 과학자의 씨앗을 키우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프로그램에서 말하는 개념기반 탐구수업은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개념을 통해 깊이 있는 이해와 의미 있는 학습을 추구하는 교수·학습 접근 방식이다. IB 개념기반 탐구학습에서 다루는 개념은 특정 과목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폭 넓고 추상적인 아이디어로, 학생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한다.
교과간의 통합을 중요시하는 IB,
다양한 맥락 적용가능 한 주제 제시
IB PYP(Primary Year Programme : IB 초등교육 프로그램)에서는 개념을 기반으로 한 교과 간의 통합을 중요시하며, 학생들이 여러 교과를 넘나들며 학습한 개념을 다양한 맥락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6가지 초학문적 주제를 제시한다.
그 중 ‘How the World Works’는 자연 세계와 그 법칙,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의 상호작용, 그리고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탐구하기 때문에 과학 교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6학년 1학기의 <빛과 렌즈> 단원을 이 초학문적 주제와 연결하여 탐구단원(Unit of Inquiry : UOI)를 설계했다. IB에서는 보통 하나의 탐구 단원에 2~3가지 탐구목록(Line of Inquiry : LOI)을 포함하도록 하는데, 본 탐구단원에서는 2가지의 탐구목록을 설정했으며 그 중에서 과학교과를 중심으로 구성한 첫 번째 탐구목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관계맺기’에서 시작하는 탐구
학생들의 과학의 문, 교사가 함께 열다
탐구는 ‘관계맺기’ 단계로 시작된다. 관계맺기 단계에서 ‘Diamond Ranking’이라는 학습전략을 활용하여 우리 삶의 변화를 불러온 발명품들의 순위를 매겨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발명품의 경우 해당 탐구단원을 지도하는 교사들 간의 회의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 발명품을 선정하여 제시하였고, 발명품들 사이에는 탐구단원에서 설정한 개념인 ‘빛의 분산’, ‘빛의 굴절’이라는 빛의 성질을 활용한 발명품을 포함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 삶에 변화가 생겼다.’라는 것을 인식하였다.
이처럼 학생들의 호기심과 탐구 동기를 자극하며 해당 주제에 대한 문을 교사가 열어주고 나면 학생들은 자신이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탐구과정을 통해 이를 직접 탐구하기 위해 적절한 선택을 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이처럼 개념기반 탐구학습의 주체는 학생이며 학생들은 학습 전반의 과정에서 주도성을 가지게 되는데, IB에서는 학습자 주도성을 ‘Agency’라고 일컫는다. 이는 2022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학생이 행위 주체로서 자신의 역량 함양을 위해 교수·학습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향’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앞에서 학생들이 도출한 질문들을 모아 본격적인 탐구수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흔히 개념기반 탐구수업이라고 하면 각 주제에서 배워야 하는 개념을 학습의 끝에서 도출해 내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IB 개념기반 탐구학습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초반부터 개념에 대한 동일한 이해 수준을 가지고 시작한다. 개념이라는 것을 단순히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개념을 학생 스스로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탐구단계가 바로 ‘집중하기’ 단계와 ‘조사하기’ 단계이다. 빛의 분산과 빛의 굴절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학생들이 프리즘과 볼록렌즈를 활용한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추가로 빛의 성질을 활용한 여러 과학 발명품과 활용사례를 조사하는 활동을 해보면서 개념을 이해하고 개념을 정교하게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개념기반 탐구수업에서 학생들의 배움은 단순한 지식 습득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전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해당 개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개념이 삶 속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념기반 탐구학습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조직하기’ 단계에서 해당 과정을 반영한다. 본 탐구단원에서는 ‘Connect 4’라는 학습전략을 활용하여 빛의 굴절에 대해 자신이 형성한 개념을 글과 그림으로 나타내는 활동을 진행했다. 해당 탐구단원을 시작하면서 생긴 질문과 그것을 스스로 탐구하여 해결해 나간 과정을 설명하고 결국 빛의 굴절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였는지 자신의 언어로 나타내면서 해당 개념을 과학교과에서 한정하는 것이 아닌 다른 교과 혹은 학생들이 살고 있는 삶으로 확장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질문하고 탐색하며 성찰하는 기회 제공
세계시민으로의 성장 돕다
개념기반 탐구학습에서 말하는 개념은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실제 세계와 연결짓는 가교 역할을 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반화하기’와 ‘전이/성찰하기’ 단계는 지금까지 거쳐온 탐구과정을 바탕으로 형성한 개념을 다른 교과로 확장하는 단계이다. 본 탐구단원에서는 국어 교과와 사회교과를 연계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빛의 분산, 빛의 굴절과 같은 과학의 여러 법칙과 성질이 발견됨에 따라 과학기술이 발전되었으며 이는 개인과 사회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왔는지 추론하는 활동을 해보았다.
관련 동영상과 경제신문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형성한 개념을 적용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삶이 편리해졌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경제가 성장해 우리 삶의 수준을 높여주었다.’ 등의 일반화 문장을 이끌어 냈다. 즉, ‘과학기술의 발달은 개인과 사회의 진보를 촉진시킨다.’라는 본 탐구단원의 중심 아이디어이자 개념적 이해에 도달한 것이다.
이처럼 IB 프로그램은 개념기반 탐구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며, 자신의 학습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념기반 탐구학습을 과학교과에 적용한 다음부터는 학생들이 더욱더 과학시간에 자신있게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과서에서 나오는 대로 학습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리고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탐구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본인이 탐구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되었고, 창의성과 혁신적 사고가 발달했다. 그럴 뿐만 아니라 개념기반 탐구학습을 진행하면서 모둠 친구들과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탐구과정에 대해 협의하는 시간이 많이 늘면서 협력 및 의사소통 기술이 증진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학교에서 개념기반 탐구수업을 과학 교육에 적용하여 우리 학생들이 단순히 과학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만든 진정한 개념과 탐구주도성을 갖춘 미래의 과학자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엄지 선생님은 연세대학교에서 교육측정·평가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IB 후보학교인 서울구로초등학교에 재직 중으로 6학년 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 찾아가는 교원 연수 문해력, 디지털 리터러시 강사로 활동하였다. 또한 서울시교육청 초등 IB PYP 교육전문가(IBEC) 양성 과정에 선발되어 해당 과정을 이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