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INSIDE

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보드게임으로 배우는 즐거운 생명과학

페이지 정보

본문

과학은 실험이다? 과학은 게임이다!

지루한 이론수업 벗어나 놀면서 이해한다


사람들은 과학자라고 하면 하얀 실험복을 입은 사람이 시험관을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린다. 다른 과목과 구별되는 과학과목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실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과학 선생님이 공개수업이나 수행평가를 할 때 실험을 한다. 하지만 꼭 실험일 필요가 있을까? 성취기준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3월 첫 수업시간에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 있다. 어떤 수업을 좋아하나요? 어떤 과학 수업을 원하나요? 매년 아이들의 공통된 답은 하나다. “재미있는 수업이요!” 너무나도 당연하면서 굉장히 어려운 과제이다. 과연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내가 즐겁게 했던 경험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그것이 바로 ‘보드게임’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수업? 바브밸(바디와 브레인의 밸런스)가 중요!


보드게임을 적용하고자 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아날로그로의 회귀’에 있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학생들에게 디지털 디바이스와 인터넷 강의는 너무나도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시각과 청각 정보에 치우친 디지털 정보는 뇌만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와 몸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바디와 브레인의 밸런스 (이하 바브밸)’가 더욱 절실하다. 주사위와 블록을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은 뇌뿐만 아니라 몸도 자극하여 ‘바브밸’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대면접촉을 통해 사회성을 증진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게임하는 것이 수행평가라고? 보드게임으로 즐거운 공부 시간


모든 선생님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수행평가일 것이다.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해야 할까? 평가 준거 마련도 쉽지 않을뿐더러 실험이라도 할라치면 재료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손이 이만저만 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평가라는 것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다. 그렇다면 실험이나 서술형 평가 말고 보드게임을 수행평가로 하면 어떨까? 나의 이런 사고의 전환과 도전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웃고 떠들어서 좋기는 한데 머리에 남는 게 없더라~”하는 아쉬운 수업이 아닌 ‘재미’와 ‘개념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성공적인 보드게임 수업 사례 3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보드게임 ① ┃ 번역큐브

전 차시 암호문 만들기 활동(코돈표와 친해지기)에 연결되며, 이론을 배운 후에 복습의 단계에서 수행평가로 보드게임 활동을 실시했다. 유명한 숫자 보드게임인 ‘루미큐브’를 생명과학에 맞게 응용한 게임으로 숫자가 아닌 염기 블록과 아미노산 블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 안에 많은 개념을 담지 않았다. 하나의 핵심 개념으로 ‘하나의 코돈이 하나의 아미노산을 지정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지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이 수업의 최대 장점은 역시나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방해 블록(공격 기능)과 색깔 규칙을 넣어 재미 요소를 추가하였다. 경쟁을 통한 스릴과 재미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돈표를 자꾸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번역의 원리를 깨우치게 된다. 그래서 조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 평소에 전혀 수업 참여를 하지 않던(자던) 아이들도 정기고사 때 위의 게임과 관련된 번역의 문제를 풀어내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학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보드게임 ② ┃ 산화적 인산화

이 게임의 장점은 전자(e-) 블록을 주인공으로 하여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자 수준의 추상적 개념을 다루기 때문에 산화적 인산화(미토콘드리아에서 ATP가 생성되는 원리)는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구체적 블록 모형으로 전자와 양성자를 직접 움직이며 그 이동을 가시적으로 확인하고 정량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쉽다. 블록을 이동시키고 ATP를 만들고 미션카드를 풀면서 계속해서 친구에게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므로,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게임의 독창적인 면은 미션카드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과학 개념과 기본 이론을 미션카드를 활용하여 중간중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심화된 내용이라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자 전달 저해제와 짝풀림제의 개념을 게임의 벌칙 요소로 넣어 무리없이 지식 확장을 유도했다.

보드게임 ③ ┃ 뱀주사위

이 게임의 장점은 과목과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의 규칙 (‘퀴즈’라고 적힌 칸에 걸리면 문제를 푼다)이 매우 단순하며, 복습 효과가 가장 탁월하다는 점이다. 고전 보드게임인 ‘뱀주사위’를 응용한 것으로, 고1 통합과학 시간에 ‘생물 다양성과 유지, 생태계와 환경 부분’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학기 말 기말시험 전에 실시하여 그간 배운 내용을 총정리하고 복습하는 과정을 보드게임과 연계시켰다. 학생은 교과서와 학습지를 바탕으로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다양한 유형(OX 문제, 단답형, 괄호넣기, 객관식, 서술형 등)과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 출제가 가능하며, 본인의 수준에 맞는 문제를 출제할 수 있게 하여 수행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줄였다. 오픈북으로 이루어지므로 평소 수업에 소홀했던 학생들도 부담 없이 참여한다. 본인이 출제한 문제와 친구가 출제한 문제가 겹치는 경우 자연스러운 복습 효과를 가져온다. 문제 내고 푸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즐겁게 반복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이 수행평가는 정기고사 직전에 실시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내가 낸 문제가 기말고사에 나왔어요~.”라며 기뻐하는 학생들을 자주 본다.

기존 게임들과 흡사한 진행방식으로 즐겁고 빠른 이해…학생들에게 호평!


보드게임의 학습 효과는 정기고사 시험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주로 자는 학생도 기말고사 때 관련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행평가로 보드게임을 체험한 학생들의 소감을 살펴보자. 아래와 같은 학생들의 피드백이 내가 계속 보드게임을 개발하게 하는 동기가 됐다.


지루한 이론 수업은 가라, 놀면서 이해하는 보드게임 수업의 장점


재미   학생들의 소감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보드게임은 재미가 있다.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에는 자는 학생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성공이다. 텍스트로만 배우는 지루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직접 블록을 만지고 움직이며 때로는 벌칙과 공격을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며, 강의식 수업을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활기와 시끌벅적함에서 살아있는 교실을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동수업하느라 친하지 못했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후기가 유독 반갑기도 하다.


학습효과   ‘놀면서 이해했다’라는 학생의 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게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학습으로 이어진다. 이론을 배운 후 수행평가를 실시하므로 배운 내용을 재확인하는 복습 효과가 있다. 문제 내기, 미션 카드, 벌칙 카드 등을 잘 활용하면 재미와 개념 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수행 평과와의 연계    게임을 즐기는 것에 끝내지 않고 이를 수행평가와 연계시켜 학생과 교사의 학습과 평가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보드게임 수업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교사도 학생들도 즐겁기 때문이다. 현재 기획 중인 게임으로는 ‘생태계 브루마블(통합과학, 생명과학Ⅰ에 적용)’, ‘할리갈리 등 카드 게임’이 있다. 기존에 개발한 게임도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오류를 잡고 게임 규칙과 진행 방법을 더 재미있고 정교하게 개선해 나갈 생각이다. 이 게임들을 일선 교육 현장에서 쉽고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로 보급하고자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강의식 수업, 디지털 디바이스에 의존하는 수업, 과학은 실험을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게임을 통해 친구들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함께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수업과 활기 넘치는 교실을 즐겁게 상상해 본다.


* 블로그(https://blog.naver.com/silkcrow)를 통해 보드게임 정보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이금오 선생님은 현재 불암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연구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EBS 교재의 검토위원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단번에 개념 잡는 생물과 생태계’가 있으며, 교구를 활용한 수업에 관심이 많아 다수의 보드게임을 개발 중이다. 교사 연수와 학생 특강으로 ‘즐거운 수업 나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