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과학수업 노하우 세화여자고등학교 과학책 한 학기 한 권 읽기 : 희망 학생 심화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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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다양한 시각으로 읽어보는 과학 이야기
‘생명과학 벽돌깨기’ 프로젝트
글 | 고승현 교사(세화여자고등학교)
<과학책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교양 과학 도서를 이용한 수업으로 방과후 학교 수업의 형태로 시도되었다. 생각보다 과학책은 재미있고 읽을 만하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 2학년 생명과학Ⅰ 시간에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혼자서는 끝까지 읽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간 어려운 주제를 주고, 완수할 수 있도록 계기를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다. 수업을 마친 후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은, 진로에 관한 독서가 그저 지식을 넓히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2012년에 교양 과학 도서를 이용한 수업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방과후 학교 수업의 형태였다. 생각보다 과학책은 재미있고 읽을 만하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 생명과학 독서토론이라는 강좌명이었지만, 책을 소재로 한 수다였다. 얘기하다 보니 나한테 인상 깊은 부분은 친구에게도 인상 깊고, 내가 놓치고 간 부분을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발견하면서 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읽어보자는 목적으로 2020년까지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책 <공부머리 독서법>에서 ‘청소년 지식도서 기본 독서법’이라는 내용을 접했다. ‘고등학교 교과서보다 어렵고 정보량도 많은 성인용 지식도서를 꼼꼼히 읽는 과정에서 언어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데’라는 내용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과제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페이스북에서 이형열 님의 포스트를 보던 중, 두꺼운 책을 ‘벽돌’이라고 지칭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그렇게 ‘생명과학 벽돌깨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학생에게 접근성 높고,
배움과 흥미 유발하는 서적 우선 선정
과학 책을 선정할 때는 학생들이 구입할 수 있는지를 꼭 확인한다. 물론 교과 내용과 관련되어야 하고, 수업에 활용할만한지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구매할 수 없으면 현실적으로 수업하기 어렵다. 예전에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책이었고,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을 때 학생들과 같이 읽고 싶어서 수업 도서로 선정했으나, 절판된 책이어서 수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우수한 과학책들도 절판되어 중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야만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음을 그때 알게 되었다.
‘벽돌’로 부를만한 책의 기준은 무엇인가? 일단 440, 450 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으로 골랐다. 베스트셀러나 특정 학번 대에 독서목록 순위로 많이 나오는 책은 거르고 싶었다. 그래서 참고하게 된 것이 ‘과학책방 갈다가 주목하는 신간’이었다.(https://galdar.kr/책방소식) 과학책방 갈다 관계자와 과학저술가, SF 작가 등이 참여하여 잘읽힘, 흥미, 배움, 감동의 측면에서 9권 정도 추천한다. 2021년에 세화여고 학생들과 진행한 도서명은 아래 표와 같다.
하루 2페이지, 독서 기록 검사
MS 팀즈로 공유 문서 이용 및 원격수업 진행
어렵기는 하지만 해볼만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2학년 생명과학Ⅰ 시간에 참가자를 모집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혼자서는 끝까지 읽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지만 약간 어려운 주제를 주고, 완수할 수 있도록 계기를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하게 되었다고. 강제 사항은 아니니 뜻이 있는 사람은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하루에 2페이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가 매일 검사하기도, 학생들이 매일 읽은 분량을 인증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10회 독서 기록을 검사하기로 했다. 2021년은 격주로 원격과 등교 수업을 하고 있어서 기록을 받고 검사하는 것 모두 공유 문서를 이용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본교는 MS 팀즈로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그래서 모든 공유 문서는 MS사의 프로그램(파워포인트, 엑셀)을 이용했다. 구글에도 스프레드시트(Excel 대체)와 프레젠테이션(파워포인트 대체)가 있다. 학교의 원격수업 플랫폼이 구글 기반이라면 위의 두 가지를 이용해도 될 것이다. 기본적인 방법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과람 모임을 할 때 ‘학생들에게 교육 활동의 목표를 자주 말하여 교사의 의도를 학생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교육을 하고 필요한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에는 공유 문서를 통해 일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니, 과정상 문제에 부딪혀도 공유 문서를 통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책 별로 PPT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공유 문서 링크를 알려주었다. 공유 옵션 별로 다른 링크가 만들어지는데, 모든 공유는 “링크가 있는 세화여자고등학교 소속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습니다.” 버전으로 하였다. PPT에는 “학번+이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 및 이론 학습,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 및 그 이유”를 쓰도록 하였으며, 여러 슬라이드를 작성할 경우에는 각 슬라이드마다 학번과 이름을 쓰도록 하였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교사가 확인했는지 중간에 알려주어야 한다. PPT에는 ‘스탬프’ 모양을 만들어서 삽입해서 마치 도장 찍는 것처럼 했다. 엑셀에는 학번과 이름을 넣고 검사 항목마다 O, X를 표시했다. 또, ‘공지사항’ 시트를 만들어서 시기별 마감일과 해당 분량을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1. 학생이 작성한 독서기록 PPT]
[표 1] 과학관련 추천도서(세화여고)
학교 계정으로 접속했지만, 공유 문서를 열지 못하는 일부 학생들이 있었다. 원인을 찾지는 못하여 직접 해결해주지는 못하였으나, 친구들을 통해 학생들이 마감일 내에 하기는 했다. 공지사항으로 공유 문서의 특성상 본인이 작성한 내용이 다른 사람의 실수로 지워질 수 있으니 항상 백업을 받아두라고 했다. 학생들이 조심해서 그런지 당시에는 문서의 내용이 바뀌어 곤란한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독후감 및 활동 소감문 작성,
학생과 교사 간 다방향 피드백 진행
1차 독후감은 MS 팀즈 채팅으로 받았다. MS Word로 작성하라고 했다. 왜냐하면 MS Word로 모은 후, 공유 링크를 보내어, 공유 문서에 피드백을 하라고 과제를 주었기 때문이다. 독후감에 대해 피드백을 하고, 피드백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수정하여 독후감을 제출하는 절차는 MS sway를 통해서 안내했다. MS sway는 구글 사이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구글 사이트를 쓸 수도 있었지만, 학교의 원격수업 플랫폼이 MS 기반이므로, MS에서 제공해주는 제품들을 이용했다.
책에 따라 참여자 수가 달랐다. 참여자 수가 10명이 넘어가면 모둠을 정해서 자신이 속한 모둠에서만 피드백을 하게 하였다. 학생 계정으로 접속해야만 피드백이 가능하므로, 메모에는 작성자의 계정이 쓰여 있게 된다.
[그림2. 중간 과정 확인용으로 사용한 엑셀 파일]
[그림 3. 피드백이 달린 독후감 MS Word 파일]
피드백(동료 평가)을 반영하여 독후감을 수정한 후, 그 파일은 12월 31일까지 나에게 MS 채팅으로 보내라고 하였다. 활동 소감문은 MS Forms로 받았다. 구글에서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하면 된다.
학생들의 소감
“이렇게 두꺼운 책을 장기간에 나누어서 씹어먹듯이 이해하는 것이 처음이었다.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을지라도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와 시간투자가 있으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어휘 및 이론을 조사해보고 정리하면서 읽으니 정신의학적 지식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하나의 문제상황을 남들이 많이 생각해보지 않은 시각(이 책의 경우, 정신 질환을 진화적 관점으로)으로 바라보는 과학자적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또, 이 책의 저자가 명시적으로 풀어쓰지 않은 부분에서 '이 내용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쓴 것일까?'와 같은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혼자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추론적 읽기 및 과학서적의 비판적 수용을 연습해볼 수 있었다.”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연역적 탐구 과정'이 실제 바이러스의 조사에 쓰이는 사례를 배우고 '기초감염재생산지수' 등을 통해 생명과학이 물리학, 정보학 등과 결합한다는 생명과학의 통합적 특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생물량', '획득면역반응'등의 생명과학에서 배운 내용을 책을 읽으며 떠올리고 책의 사례와 연결시키며 지식을 심화시킬 수 있었다.”
“ 책을 읽을 때 좀 넓은 시각으로 책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진로와 관련해 독서를 하다보면 문학이 아닌, 정보 전달이 위주인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정보 수용에만 집중하고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책의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 활동을 통해 배운 점은, 진로에 관한 독서가 그저 지식을 넓히는 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제 의견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수시에 지원할 때 활동보고서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제출한 학생이 있었다. 학생과 상담하면서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제출하기로 했고, 공유 문서에 모든 과정이 기록되어 있었으므로 활동 일자와 내용을 명확히 정리할 수 있었다. 생명과학Ⅰ 교과의 심화 활동으로 구성하여 진행했지만, 학급별 특색 활동이나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책이나 두꺼운 책으로 한정 지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학생들과 책 활동을 하려면 교사가 완독한 후에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권으로만 진행했다. 송승훈 선생님의 <나의 책 읽기 수업>을 읽으면서, 교사가 책을 다 읽고 진행할 필요가 없으며 학생들이 여러 책 중 원하는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것이 더 나음을 알게 되었다. 이 부분에서 부담감이 줄었다. 또한 학생들의 독서 기록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거나 오개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수정해주고 싶었는데, 교사도 오개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과학 독서 활동은 학생들이 스스로 간접 탐구 경험을 하고 질문을 던져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
글 | 고승현 교사(세화여자고등학교)
고승현 선생님은 현재 세화여자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 교사로 재직 중이다. ‘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들 연구회’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 학기에 과학책 한 권은 읽기 위해 과학 독서 교육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