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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관련단체 대한민국 기초과학의 상징 기초과학연구원(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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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이해와 발견 통해,

인류를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인도


1966년. 대한민국 역사상 새로운 도전이 펼쳐졌다. 첫 국가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된 것이다. KIST는 해외 선진국으로부터 국내 기업에 필요한 산업기술을 도입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다. 설립 후 47년 간 KIST의 경제사회 파급효과는 595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로부터 45년이 흘러 정부는 또 한 번 모험을 감행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기초과학을 전담할 연구소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KIST는 과학기술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사실 실제 집중한 것은 과학보다는 기술이었다. 그렇게 2011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 기초과학 전담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이 설립됐다.


IBS는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국내외 과학계의 명성에 비해 대중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하지만, 과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인물들이 IBS에 대거 소속돼 있다. 매년 노벨상철마다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유룡 KAIST 특훈교수(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지난 해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의 정밀 유전자 지도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석학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IBS RNA 연구단장) 역시 IBS 소속이다. 소위 ‘노벨급 연구자’로 분류되는 국내외 연구자들이 IBS로 향하는 이유는 뭘까.


기초과학 연구로 인류 행복과 사회 발전에 공헌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통한 창조적 지식 및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한다.’


IBS의 근거 법령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4조에 명시된 IBS의 설립 목적이다. IBS는 새로운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많은 기대를 받으며 탄생했다. 한강의 기적을 견인한 추격형(Fast Follower) 과학 연구에서 탈피하여,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선도적(First Mover)인 연구개발(R&D)을 수행해야 한다는 국가발전전략이 설립 목적에 반영됐다.


IBS의 비전에도 이러한 배경이 여실히 드러난다. IBS는 2013년 ‘기초과학 연구로 인류 행복과 사회 발전에 공헌(Making Discoveries for Humanity & Society)’한다는 내용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 문장은 우주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통해, 과거 위대한 과학자들이 그랬듯 인류를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이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위대한 발견을 향하는 여정


IBS 설립 전 기초과학은 주로 대학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위대한 발견’을 이룩할 수 있는 환경이 변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1명의 천재과학자가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하거나, 새로운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는 더 이상 1명의 천재가 큰 과학적 업적을 이루기 어려워졌다.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의 기초과학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답을 낼 수 있다. 경영학의 화두인 ‘오픈 이노베이션’이 과학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또한 현대과학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혁신적 연구를 위해서는 기초실험과 분석의 토대가 되는 뛰어난 스펙의 대형연구시설이 필수적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 도쿄대의 중성미자 실험시설인 ‘가미오칸데’와 이를 확장한 ‘슈퍼 가미오칸데’를 구축하여 2개의 노벨 물리학상(2002년, 2015년)을 수상했다. 또한, 2016년 일본 대표 기초과학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대형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113번째 원소인 니호늄(Nihonium)을 발견했다. 또 이렇게 수행한 연구가 눈에 띄게 드러나려면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노벨상이 대부분 2~30년 전 개척한 성과에 대해 수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IBS가 탄생했다. IBS는 한 우물만 파는 장기 연구를 목표로 소속과 전공을 망라한 다양한 연구자들이 교류‧협력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가 보유하기 어려웠던 자연과 우주를 관찰‧분석할 수 있는 거대실험시설도 갖췄다. 대전 신동에 구축하고 있는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지하 1100m 깊이에 위치한 암흑물질 발견을 위한 우주입자 연구시설, 세계 최고 출력 초강력 레이저 등이 대표적이다. 대학의 랩을 ‘연구단’으로 대형화하여 개인연구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돌파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는 1개 연구소와 30개 연구단을 운영 중이다.


세계 기초과학계의 ‘라이징 스타’


IBS 10년에 대한 과학계의 평가는 어떨까. 우선 국내 과학계에서 IBS의 연구실적은 독보적이다. 일례로, 2014년 9월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세계 3대 과학학술지(NSC, Nature‧Science‧Cell)’에 한국인 연구자가 교신저자로 발표한 논문 62편 중 IBS의 성과는 37.1%인 23편이나 된다. 3대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수는 한 국가 혹은 기관의 연구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의 수도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많다. 지난 해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표한 ‘2020 피인용 우수 연구자(HCR‧Highly Cited Researcher)’에 따르면 국내 HCR 41명 중 IBS 소속 연구자는 7명이다. 최근 11년간 피인용 횟수가 상위 1%에 해당하는 논문을 작성하고, 동료 연구자들의 연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연구자들이 HCR로 선정됐다. 한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매년 논문의 피인용 빈도가 상위 0.01% 이내이며, 해당 분야에 혁신적 공헌을 해 온 연구자들을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2020 Citation Laureates)’로 선정하고 있는데, 여기에도 IBS 소속 연구자들이 자주 이름을 올린다. 지금까지 Citation Laureates에 이름을 올린 한국 소속 연구자가 5명인데, 이중 3명(유룡 단장, 로드니 루오프 단장, 현택환 단장)이 IBS 소속이다.


국제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IBS가 국제 무대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건 2016년이다. 네이처출판그룹(NPG)이 IBS를 ‘라이징 스타(Rising Star)’로 지목하면서부터다. 당시 NPG는 4년간(2012~2015년)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룬 세계 100대 대학‧연구기관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중 IBS는 11위로 연구수준이 4년 만에 약 400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NPG는 ‘무(無)에서 시작해 국가의 영웅으로 성장했다’고 IBS를 평가했다.

라이징 스타로 시작한 IBS의 경쟁력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IBS의 2020년 네이처 인덱스(Nature Index) 순위는 167위로, 전 세계 정부연구소 중에는 17위를 기록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기관 연구의 질적 우수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네이처 인덱스는 2020년 발간한 ‘네이처 인덱스 2020 한국판 특별호’에서 IBS를 “IBS는 한국 기초과학의 상징이자, Fast Follower에서 First Mover로 전환하고자 하는 한국 R&D 정책 기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난 10여 년의 한국 기초연구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IBS를 설립한 것”이라고 평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IBS의 과학문화


2018년 IBS는 대전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본원을 준공하며 본원 중심 시대를 시작했다.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EXPO) 당시 ‘꿈돌이’가 뛰어놀고, 자기부상열차가 달리던 그곳엔 IBS 과학문화센터가 설립됐다. IBS 과학문화센터는 대전의 젖줄인 갑천이 흐르고, 대전 엑스포의 상징인 ‘한빛탑’과 ‘엑스포 다리’를 바라보는 과학문화 명당에 위치한다. 3개 층으로 이뤄진 과학문화센터는 과학을 보고(Seeing), 배우고(Learning), 직접 체험하는(Doing)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됐다.


특히, 1층 전시관에는 IBS의 대표 과학‧예술 융합 전시인 ‘아트인사이언스(Art in Science)’가 전시된다. 아트인사이언스에 작품을 출품하는 작가는 과학자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 최첨단 현미경으로 관찰한 물질 등 실험실에서만 볼 수 있던 장면을 한 폭의 예술작품으로 창조해냈다. IBS는 2015년부터 매년 아트인사이언스를 개최해오고 있다. 한편, IBS 과학문화센터에서는 다채로운 과학강연 프로그램이 마련돼 연구자들이 직접 대중과 만나기도 한다.


국내 유일 과학전문 도서관도 IBS 과학문화센터에 자리 잡았다. IBS 과학도서관은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과학 분야 해외 원서를 마련하고, 다수의 과학 잡지를 보유하고 있다. 3층에는 통유리로 갑천이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과학과 관련된 DVD, 영화 등을 시청할 수 있는 문화공간도 마련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과학문화센터를 제한적으로 개방하며, 시민과 비대면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과학문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제7회 아트인사이언스는 공모전 형태로 열렸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작가로 참여해 과학의 아름다움을 공유할 수 있다. 과학 실험이나 연구 과정 중 공유하고 싶은 심미적인 순간을 담은 이미지나 영상을 공모 받았다. 또한, 기초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창의적인 과학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제2회 IBS‧기초과학 홍보콘텐츠 공모전’도 개최했다.


팬데믹 그리고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IBS가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은 아니지만, 작년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관련 중요한 과학적 지식을 발견하고 국민들과 공유하여 각계의 찬사를 받았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성과, 손쉽고 빠른 코로나19 진단기법 개발, 코로나19 초기 감염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차단 캠페인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그리고 IBS는 이러한 성과들을 ‘코로나19 과학 리포트’로 작성해 19편의 리포트를 홈페이지와 언론에 게재했으며, 이를 엮어 단행본 「코로나 사이언스」를 발행했다. 이러한 IBS의 노력에 국민들이 호응하여 「코로나 사이언스」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올해의 과학자상’과 ‘올해의 과학커뮤니케이터상’을 IBS에 시상했다.


올해에도 IBS는 국가 기초과학 연구소로서 기초과학의 힘으로 국민을 지키고, 올바른 과학지식을 전파하여 사회의 합리화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 연구단의 감염병 및 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과 정보 공유 및 협력을 확대했다. 또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하여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국내외 연구동향 및 관련 쟁점을 국민들에게 소개했다. 이를 엮은 단행본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는 지금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7월에는 많은 관심 속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산하에 출범시켰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기술적 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범정부 차원의 중점과제로 바이러스기초연구소의 설립이 논의됐다. 정부는 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 대학 별 관련 연구소 간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바이러스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해주길 원했고, 이를 IBS에 맡아 달라고 했다. 현재는 신‧변종 바이러스 연구센터와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로 구성되며, 국가 전략 연구소로 육성하기 위해 조직 규모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국내 대학, 기업, 연구기관의 바이러스 연구기능을 상호 연계하여 연구 협력 활성화를 촉진하는 ‘바이러스 연구 협력 협의체’ 역할도 맡는다. 또한 바이러스 기초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과 우수 연구그룹을 육성하여, 국내에 부족했던 우수 연구인력 저변을 확대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농축산검역본부‧야생동물질병관리원 등과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방역‧검사‧치료 등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IBS 10년, 새로운 발견을 향하다


한국 과학기술의 역사는 50년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늘 산업과 응용기술이 중심이었을 뿐 기초과학에 제대로 투자한 기간은 이제 20년 남짓이다. 그 마지막 10년에 정부는 IBS를 설립‧운영했고, 한국 기초과학의 ‘드림팀’을 이곳에 모았다. 우수 연구자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원 그리고 자율성 보장을 토대로 IBS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국가 기초과학 연구소’에 걸맞는 최고의 집단지성을 구축하고, 우주‧자연‧생명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IBS 설립 10주년의 의미는 우리나라도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데 있다. 기초과학의 힘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코로나19처럼 갑작스러운 위기와 재난이 닥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지난 10년간 IBS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지만, ‘연구자 중심 철학’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 노력이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여는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대한민국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현재 수학‧물리‧화학‧생명과학‧융합 등 분야에 31개 연구단을 DNSUDD 중이다. 연구단은 대전 도룡동의 본원 외에도 KAIST‧서울대‧POSTECH 등 전국의 연구중심대학에서 인력과 인프라를 공유하며 운영된다.
IBS는 국가 차원의 장기‧대형‧집단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지원과 우수한 연구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Nature Index 2020에서 세계 17위 연구소로 빠르게 성장했다. IBS의 비전은 ‘Making Discoveries for Humanity & Society’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논리적 이해와 발견을 통해, 위대한 과학자들이 그랬듯 인류를 새로운 인식의 지평으로 인도하는 것이 IBS의 사명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나라가 세계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지식 강국이 되도록 기여하고자 한다.



권예슬 선임행정원은 한양대 분자시스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일반대학원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아사이언스에서 《동아일보》의 과학담당기자, 과학전문 잡지 《과학동아》의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IBS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시즌6』,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시즌7』, 『코로나 사이언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등을 공동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