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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큰 세상 이루는
작지만 강한 과학, 나노기술
오래 전 인기를 끈 만화 중에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다니며 자연을 탐험하는 과학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때로 버스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로 변신해 사람 몸속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신기하고 환상적인 재미를 선사했다. 이런 만화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날도 머지않았다. 나노 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몸속을 돌아다니며 상처를 치료해주는 나노로봇,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는 슈퍼컴퓨터, 자동으로 흠집을 복구하고 세척하는 자동차 유리 등. 나노 기술이 이루어낼 미래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다.
글| 편집부
나노 기술은 사실 먼 미래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느새 나노 기술은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한 예로 은나노 코팅이 탁월한 살균력과 항균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적용한 섬유와 주방용품, 생활용품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나노 기술은 원래 반도체 미세기술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가 지금은 전자 및 정보통신은 물론 의학·기계·에너지·섬유화학 등 많은 분야에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발달을 거듭하며 인류 문명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로 떠올라 21세기 산업을 이끌어갈 첨단기술로 지목되고 있다.
새로운 물질을 창조하는 나노 기술
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로 아주 미세한 물리학적 계량 단위를 나타낸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의 크기다. 아주 미세하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인류의 작은 것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나노 기술로 이어졌다. 나노 기술은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요하는 극미세가공 과학기술로, 원자나 분자 크기의 물질을 가공하거나 조립해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이다. 나노 크기로 분해했다고 해서 단순히 크기가 작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질을 나노 단위로 쪼개면 전자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그 이상의 크기에서 나타나지 않던 독특한 전기적·광학적·역학적 특성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나노 기술 가운데 전자업계에서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화두는 양자점(Quantum Dot, 나노형광체)이다. 양자점은 수백, 수천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지름 수십nm 이하의 덩어리로, 흡광·발광 특성을 크기에 따라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 나노입자 소재다. 별도 광원 없이도 전압을 가하기만 하면 스스로 총천연색을 낼 수 있어 형광 나노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LED·디스플레이·태양전지·바이오 등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여 기술개발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양자점의 특징은 좁은 파장대에서 강한 형광을 발생한다는 것이다. 양자점의 입자가 작을수록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내고, 반대로 입자가 클수록 파장이 긴 붉은색을 낸다. 양자점 크기를 조절하면 원하는 파장의 가시광선 빛을 모두 표현할 수 있으며 여러 크기의 양자점이 함께 있을 때 하나의 파장으로 빛을 발하면 여러 색을 한 번에 낼 수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요 기술
양자점 기술이 빛을 발하는 분야는 단연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이른바 양자점 TV는 전압이나 빛을 가하면 크기에 따라 각각 다른 색을 내는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결정을 얇은 필름 형태로 제작하여 기존 LED TV 백라이트에 덧댄 제품이다. 양자점 필름을 적용하면 색재현율, 밝기 등을 한층 높일 수 있다. 또 스스로 빛을 내는 만큼 별도의 광원이 필요 없어 디스플레이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양자점 TV의 장점은 기존 LCD TV와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비교했을 때 더 두드러진다. LCD TV는 별도조명에서 나온 빛이 액정 및 컬러 필터 등을 통과하며 색상을 표현한다. 명암비와 색재현율이 다소 떨어지며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OLED TV는 별도조명 없이 OLED소자 자체 발광이 가능하며 명암비가 무한대고 색재현율이 100%다. 두께가 얇고 곡면형 및 투명제품 구현이 가능하나 가격 부담이 크다. 한편 구현방식이 LCD와 동일한 양자점 TV는 명암비는 다소 떨어지지만 OLED보다 색재현율이 10% 이상 뛰어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여 앞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이끌 차세대 기술이라 평가받는다.
양자점 TV의 전망은 밝다.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뿐 아니라 중국 및 일본 TV 업체들도 양자점 TV 개발에 성공하여 공개를 앞두고 있다. 201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국내외 글로벌 TV 업체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양자점 TV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나노스퀘어 이혁재 대표는 “2015년을 기점으로 양자점 TV의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양자점 디스플레이 시장은 현재 상용화 초기 도입단계지만 연평균 성장률 55.2%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2022년에는 7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점이 이루어낼 더 좋은 세상
양자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양자점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나노스퀘어는 아시아 최초로 양자점 합성에 성공한 고성능 고효율 나노형광체 생산기업이다. 2006년 서울대 벤처기업으로 시작하여 그동안 양자점 기술 연구에 주력해온 나노스퀘어는 제품 적용과 관련한 기술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주로 백라이트유닛(BLU) LED와 고급 조명 LED에 양자점을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지금도 동종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지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의 시장상황은 더욱 열악했다. 시장 선도업체로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양자점의 성장 가능성을 믿었기에 흔들림 없이 양자점 개발에 주력했고 마침내 UHD TV에 응용되면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나노스퀘어는 양자점과 관련하여 몇 가지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자동생산공법을 이용한 대량합성으로 고성능·고효율의 나노형광체 합성이 가능하다. 둘째 양자점의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레진/폴리머에 쉽게 분산할 수 있는 나노비드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나노시스템응용센터를 통해 우수한 연구결과 교류로 기술을 축적했다. 나노스퀘어는 이와 관련 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 받아 ‘2014 녹색기술트렌드 기술설명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의 양자점 필름은 기존 LCD보다 30% 이상 향상된 색재현율을 구현하고 아몰레드보다 더 선명하고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며 “보다 낮은 전력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휘어진 화면)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카드뮴 프리 양자점 특성을 확보했으며 생산공정이 짧아 생산성이 높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바탕으로 나노스퀘어는 우수한 광학적 특성을 가진 양자점을 이용하는 세계적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인 엘지와 삼성 등을 통해 수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나노스퀘어는 우수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나노형광체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Better World through Nanosquare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혁명 이끌 나노 기술
우리나라는 나노 기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각인하고 2002년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여 국가적으로 나노기술을 육성해왔다. R&D, 인력양성,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정책·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 세계 4위의 나노기술 경쟁력을 갖추었고 나노 기업 및 생산 증가(제조업의 6.1%), 6대 나노인프라 구축 등의 성과를 얻었다. 2020년에는 세계 3대 나노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세계 나노융합 산업 시장은 2010년 5,53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0년 2조 5,000억 달러(약 2,70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에너지ㆍ제조업 분야 기업의 50%는 이미 나노 기술을 채택한 상태다.
나노 기술의 발달은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며 눈부신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크기, 에너지 등을 최소화하면서도 고효율과 고성능을 구현하기 때문에 경제성과 효율성, 생활의 편리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인류 최대의 적인 질병 치료와 지구온난화, 에너지 문제 등을 해결해줄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에 나노 기술에 거는 희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노를 통한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욱 획기적이고 다양해질 나노 기술이 과연 인류 사회에 어떠한 혁명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나노와 나노기술이란?
나노(Nano)란 난쟁이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나노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로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또는 수소원자 10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나노란 용어는 공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에릭 드렉슬러 박사가 처음 사용했다. 그는 1988년 펴낸 `창조의 엔진'이란 저서에서 “나노 기술은 일상생활부터 건강과 식량 문제까지 인류의 모든 것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나노 기술은 원자 혹은 분자의 적절히 결합을 통해 새로운 미세구조를 만듦으로써 기존 물질을 변형·개조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나노 기술로 인한 삶의 혁명은 진행 중이다. 산업, 의료, 환경, 에너지, 식량 등 다양한 분야는 나노와의 융합을 통해 전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를 실현하고 있다. 나노 기술이 미칠 파괴력이 어디까지인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나노 기술이 모든 산업의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