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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 Show 2025에서 느낀 AI시대 교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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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만난 글로벌 교육
It is not Teachers VS Technology


2025년 1월, 서울시 AI·디지털 글로벌 역량강화 연수의 일환으로 Bett Show 2025에 다녀왔다. Bett Show는 British Educational Training and Technology의 줄임말로 매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박람회이다. 1985년에 시작된 이 박람회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았으며, 2014년에는 Bett Asia, 2022년에는 Bett Brasil로 확장했다. 아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Bett Asia를 만나볼 수 있다.


전 세계 관계자들 모두 모이는
교육의 장 ‘Bett Show’


Bett Show는 ‘기술의 힘을 활용하여 교사와 학습자의 경험을 변화시킨다’라는 미션 아래 전 세계의 교사, 학교 관리자, 교육 기업,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에듀테크 제품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다. 스마트 기기나 AI 학습 도구를 체험할 수 있고, 다양한 피지컬 컴퓨팅 도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Bett Show에는 약 3만여 명이 참여하고, 600여 개의 전시 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루 동안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참가국 중 상위 10개 국가가 대부분 유럽 국가인데,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10위에 대한민국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행사에서도 대한민국 각지에서 온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Bett Show 2025는 일곱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운영되었으며, 올해 처음으로 ‘인공지능’과 ‘기술’이 추가되었다. 일곱 가지 테마는 다음과 같다.


┃첫째┃다양성과 포용성. 다양한 학습 스타일을 수용하는 접근 가능한 테크놀로지와 설계 원칙.

┃둘째┃혁신. 교육 성과를 가속화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혁신적 변화.
┃셋째┃인공지능. 교육에서 가르치고 배우고 지원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인공지능.
┃넷째┃리더십. 실험, 협업, 경청, 소통을 통해 더 나은 교육을 추구하는 리더십.
┃다섯째┃기술. 디지털 기술 습득 및 생성형 AI 시대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과 비판적 사고 함양.
┃여섯째┃지속가능성. 탄소 중립을 위한 에듀테크의 활용 및 자원 순환.
┃일곱째┃정서적, 신체적 건강을 바탕으로 한 학습 성과 증진.


이 중 새로 추가된 ‘인공지능’과 ‘기술’ 테마는 변화하는 사회에 대응하고자 하는 교육계의 고민이 반영된 주제라 할 수 있겠다.


Bett Show 2025의 즐거움,
숨은 보석들 찾기!


Bett 전시장에 들어가면 단연 눈에 띄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다. 마이크로소프와 구글은 올해 새롭게 업데이트한 기능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는데, 이는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학생들에게 맞춤형 질문과 코칭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구글은 교육 분야에서의 책임감과 안전에 신경을 썼는데, 구글의 Gemini 앱에서는 구글 검색을 통해 AI가 출력한 내용을 재확인하고, 어린 사용자에게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감지해 막아주는 기능을 소개하였다. 소위 빅테크라고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부스는 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들 부스에서는 시간을 정하여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세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Bett Show의 숨은 즐거움은 교육 스타트업 기업들의 부스를 방문하면서 느낄 수 있다. ‘Bett Show 플로우 가이드’와 함께 23개의 부스를 탐방했다. 플로우 가이드는 Bett Show의 도슨트로서 참가자가 놓치기 쉬운 스타트업 부스를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기업들은 다음과 같다.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Toddle과 Brisk Teaching과 같은 기업이 있다. Toddle은 초등부터 중등까지의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수업 계획을 작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성한 계획을 바탕으로 학생 평가를 할 수 있다. Toddle에서는 AI 도우미를 도입하여 수업 계획, 평가 보고서 등을 자동화하고 학생들의 학습 성과 개선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Brisk Teaching은 크롬을 기반으로 한 확장 프로그램인데 AI를 활용하여 프리젠테이션, 퀴즈, 수업계획뿐만 아니라 루브릭까지 생성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의 부스에도 방문해 보고, 기회가 된다면 부스 곳곳을 다니면서 처음 보는 기업들에도 방문하여 설명도 듣고 교육 현장에서의 적용 방안도 생각해 본다면 더욱더 의미있게 Bett Show를 즐길 수 있다.


참여해 볼 만한 프로그램, ‘Table Talk’
직접 들어보는 생생한 교육현장 이야기


2024년부터 Bett Show에 도입된 Table Talk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Table Talk는 교육관계자들이 여러 주제 중 하나를 골라 원탁토론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 사전에 토론 주제와 시간을 선택해서 예약을 해야 한다. AI와 사이버 보안등의 주제로 135개 이상의 테이블에 참가자들이 모여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 주제는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주제에 배정되는 지는 Bett에서 결정한다. 토론은 영어로 진행되지만, 영어에 자신이 없다고 해도 걱정하지 말자. 원탁에 앉는 사람들은 선생님이거나 교육 관계자, 누구보다 기다리고 이해하는 것에 힘쓰는 사람들이다. 내 영어가 유창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잘 들어주고 이해해 줄 것이다.


Bett Show 2025에서 참여한 Table Talk의 주제는 ‘교육 현장에서 다양성, 평등, 포용성, 접근성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였다. 우리 테이블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이었고, 각자가 참여하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의 선생님들도 교사의 과중한 업무에 공감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와 문해력 부족의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공감했다. AI를 활용한 학습적 성취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이 토론의 결론은 결국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술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들과의 대화는 끝이 없다. 한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AI 시대 교육에 있어 ‘교사’란?
Bett Show 2025에서 답을 얻다


Bett Show 2025에서는 오프닝쇼를 통해 교육과 관련된 연사들이 나와 연설 또는 대담을 진행한다. 오프닝쇼에는 영국 교육부 장관인 브리짓 필립슨(Bridget Phillipson) 장관이 나와 기조 연설을 했다. 그녀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최고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며, 이 과정의 핵심은 교사라고 말했다. 가르침은 본질적으로 깊은 인간관계에서 기인하며 교사는 학생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교사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Bett Show 2025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면서 마음에 품었던 질문이 있다. “AI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AI 시대에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Bett Show 첫 날 오프닝쇼에서 들은 문구다. “It is not Teachers vs Technology.” AI 시대에 교사와 기술은 대립 구도가 아니다. 교육 현장에 AI를 활용한 툴과 컴퓨팅 도구들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을 할 때에도, AI로 인해 변화하거나 대체될 직업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게 된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교사로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혼란스러웠다. 기술의 발전은 너무나 빠르고, 나보다 학생들이 더 빠르게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마음이 ‘교사와 기술은 대립이 아니다.’라는 말로 풀렸다. 오프닝쇼의 연설자는 교사는 기술과 공존하면서 학생들을 조력(facilitate)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학생들과 함께 그 방향을 고민하고, 찾아갈 수 있는 교사여야 하겠다.



윤선경 교사는 서울금양초등학교 소속으로 중부교육지원청 과학교육센터에 파견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AI융합교육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2025년 교육부 정보수업개선지원단 및 서울시교육청 AI·에듀테크 선도교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초등 AI교육 콘텐츠 개발에 집필진으로 참여하는 등 AI·디지털·정보교육과 관련된 교육 및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