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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ChatBot)과 과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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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 있는 우리 학교 과학 선생님


글 | 민경모 교사 (범박고등학교)


1671601826.9292image.png챗봇은 텍스트 혹은 음성을 통해 유저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소프트웨어 도구이다. Smutny와 Scrhreiberova(2020)은 챗봇이 그저 인간과 같이 스마트한 기계 어플리케이션이 아닌, 정보를 제공하고 질의 응답이 가능하고, 구체적인 주제에 관해서 토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과제도 수행해 내는 효과적인 디지털 어시스턴트로 보았다. 서울 과학교육 30호에서는 챗봇 개발 기술이 발달하고, 유저가 디지털 주체(entities)와 상호 작용하는 것이 익숙해짐에 따라, 온라인 학습 환경과 병행하는 현장에서 챗봇의 역할을 주목한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세계 곳곳에 퍼지면서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는 4월에서야 온라인으로 개학할 수 있었다. 분명히 개학은 했지만, 평소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있던 학교는 1/3 인원만 등교하여 한산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주에는 원격수업을 했고, 등교하는 주는 대면수업을 했다. 대면수업 하는 주에는 수행평가를 하느라 바빴고, 진도는 대부분 원격수업에서 나갔다. 4월에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 확산세는 점점 강해져서 원격수업 기간이 점점 길어지는 문제가 생겼다.


실시간 원격수업이 자리잡기 전까지 당시 학교의 교사들은 수업을 직접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학생에게 과제를 제출하도록 했다. 원격수업 기간이 늘어나 학생들은 밤낮이 사라졌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전례 없는 상황에서 학교는 지필평가를 실시해야 했다. 중학생은 궁금한 게 참 많다. 학생들은 밤낮 구분 없이 궁금증을 카카오톡과 문자, 학교 원격수업 플랫폼에 질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 개 되지 않아 답을 달아주고 카카오톡이나 문자로 한 질문에 답해주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유튜브로 언제든 수업을 볼 수 있으니 교사에게 시간관념 없이 질문했다.



비대면 원격수업 환경에서 시작한 ‘챗봇’


한편, 그 해 나는 대학원 첫 학기를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했다. 수업 중 교수님께서 컴퓨터로 인공지능 챗봇을 만들 수 있는데, 이 챗봇에 문장을 입력하면 인공지능 모델이 문맥을 어느 정도 이해하여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6월은 대학원 과제 제출을 마감하는 달이었다. 챗봇이 재밌겠다 싶어 챗봇 껍데기와 기본적인 챗봇 엔진에 한국어 처리를 덧대어 챗봇의 기본 틀을 완성했다. 그 다음, 연구실에 있던 네이버 물리 카페 질문-답변 데이터셋을 가공한 후, 질문을 학습시켜 우리말로 입출력이 가능한 챗봇을 만들어 과제로 제출했다. 어느 날 밤에 또 학생 질문이 와서 답변을 쓰다가 이걸 우리 학교 학생이 쓸 수 있게 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Smutny와 Schreiberova는 영어권에서 개발된 다수의 교육용 챗봇을 평가한 후 교육용 챗봇은 학생들이 실제로 한 질의를 수집하여 분석할 것을 제안하였다. 중학생이 할만한 대부분의 질문은 EBS 중3 과학 질문-답변 게시판에 있겠다는 생각을 하여 그 게시판을 웹 크롤링 하여 질문-답변 데이터셋을 3,000개 가량 만들었다. 비용이 들지 않았으면 해서 오라클 클라우드에서 제공하는 상시 무료 저성능 리눅스 서버를 구해 서버로 썼다. 웹서버를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서비스하는 일은 처음이다 보니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대학원 과제는 내부 서버에서만 돌아가는 방식이어서 외부의 사용자가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큰 과제였다. 또한, 학생들이 데스크톱, 노트북, 모바일 기기로 모두 접속할 수 있도록 적응형으로 만들어야 했다. 아래 [그림 1]은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선한 챗봇 사용자 환경이다. 아래 QR 코드나 http://152.70.234.27/chat_service로 과학 질문-답변 챗봇 테스트할 수 있다.



1671601869.7797image.png[그림 1] 데스크톱 환경과 모바일 환경에서의 적응형 챗봇 웹페이지 사용자 환경, 민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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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챗봇 사용 기록을 통해 새로 이해하는 학생들


몇 주 정도 고생하고 나니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중3용 과학 질문-답변 챗봇 서버를 만들고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그 때가 7월 초였는데, 학교에 가서 학생 몇 명에게 써 보도록 했다. 반응이 좋아서 중3 학생 모두에게 챗봇을 통해서 질문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과학 질문-답변 챗봇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는지, 서비스 초기에 챗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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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학사일정에 비추어 본 챗봇 월별 질의 개수, 민경모


서비스 개시 달이었던 7월에는 이용 건수가 3,605건이었는데[그림 2], 그만큼 학생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었고, 등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챗봇 이용을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시험 전이나 수행평가 전에 이 챗봇을 자주 썼다.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특히 중요했던 원격수업 환경에서 학생들은 챗봇을 통해 즉문즉답하여 짧은 시간에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음이 교실에서 뿐만 아니라 원격수업 상황에서도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격수업 기간에 교사와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챗봇은 기술적 보조, 학생 지원 보조의 역할을 상당 부분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2학기부터는 등교일수가 늘어서 챗봇 사용량이 감소하였다. 올해는 고등학교로 옮기게 되면서 지금 근무 중인 학교의 학생에게는 챗봇을 서비스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원격수업 기간에는 일과 중(전체 사용량의 22%)보다는 방과 후(전체 사용량의 78%)에 공부를 많이 했다(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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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사용 시간대에 따른 챗봇 질의 개수, 민경모


[표 1] 학생 질의 분류 결과, 민경모

1671602080.0616image.png학생들은 챗봇에 과학과 관련 없는 질의도 많이 했다. 특히 밤 시간대에는 감상에 젖은 질의도 많이 했다. 챗봇을 개인정보 수집 없이 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누구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과학 질문-답변을 목적으로 한 특수 목적의 챗봇이지만 일상 대화 등의 교과 외 질의에도 대응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상대화 패턴에는 변수가 많고, 챗봇이 멀티턴(multi-turn) 대화가 불가능한 한계가 있어 모든 대화를 담을 수는 없었다. EBS 질문-답변 데이터셋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은 그대로 두었다. ‘시험범위 알려줘’ 등의 질문처럼 현장에 있는 학교의 선생님만 할 수 있는 답변은 직접 써서 데이터셋으로 다시 만들어 기계학습 모델을 학습시켰다. 챗봇을 통해 학생과 소통하는 방식이 재밌어서 교무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답변을 구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입력한 답변은 2021년 여름까지 2,000여 개가 넘었다. 그 질문을 분류해보니 내 의도와는 다르게 [표 1]과 같이 교과 관련 반(52.4%), 교과 외의 것 반(47.6%) 정도였다.


학생들은 이 챗봇을 교과 외의 질의를 할 때 재미로 쓰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 챗봇 개발자가 결국은 학교 선생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편하게 이런저런 잡담 등을 하지 않았나 싶다.


SNU 샘물 챗봇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지도 교수님은 내가 만든 챗봇을 다른 과목으로 확장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전문 웹 개발 업체와 전자통신연구원(ETRI)까지 함께 하는 규모의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다.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2년간 개발한 챗봇 제작 설명서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SNU 샘물 챗봇’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학 질문-답변 챗봇이 SNU 샘물 챗봇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현재 SNU 샘물 챗봇은 과학뿐 아니라 국어, 수학, 영어, 사회, 비교과, 자기주도학습 등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챗봇으로 쓸 수 있도록 연구·개발 중이다. 또한 ETRI의 KorBERT 모델을 써서 검색 능력도 훨씬 좋아졌고, 다양한 과목의 질의응답도 소화할 수 있는 상태이다. 내가 만든 기존의 챗봇도 SBERT 모델을 적용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여 더 나은 환경에서 서비스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돕는 챗봇이 공교육 현장에 보급되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학생들의 질문을 해결하는 보조교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1671602153.5143image.png글 | 민경모 교사 (범박고등학교)

민경모 선생님은 2020년 7월부터 기계학습 기반의 질의응답 챗봇을 개발하여 과학수업의 교사 보조도구로써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챗봇은 현재 전 교과로 확장된 ‘SNU 샘물 챗봇‘의 초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범박고등학교 물리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