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 미래교육 : 미국(시애틀) 미래학교의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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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미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절실
글 | 손범석 교사(서울이태원초등학교)
미국 미래학교에서는 현실문제 해결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하여 노력 중이다. 우리와 미국 교육과정이 다르고 우리에게는 대학입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이행과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 아래 우리 교육도 미래 역량 강화라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지식 · 정보화 사회란 급속한 정보기술 혁신과 함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구조 전반에 걸쳐 정보와 지식의 가치가 높아지는 사회를 말한다. 즉, 지식, 정보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 전달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고 이에 따라 정보의 사회, 경제적 가치가 높게 부여되는 사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 정보의 신속한 유통과 손쉬운 접근은 대량화, 표준화 사회에 알맞은 교육에서 다양화, 개별화, 분산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에 더하여 미래교육의 핵심키워드로 디지털, 융합, 진로 등이 제시되면서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스마트교육, 융합교육, 진로교육 등이 제시되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 미래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학교 환경, 교육과정 운영 등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미래학교는 이러한 부분을 학교 설립 초기 단계부터 고려하여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고자 준비 중에 있다.
미래학교 설립이나 새로운 교육방법 적용에 앞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고 연구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사례가 많지 않기에 앞서 미래학교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 중인 미국 학교들의 운영 사례를 통해 서울미래학교 준비과정에서 고려해야할 점과 현재 우리 교육의 개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여기 소개하는 3개 학교는 미국 시애틀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기술과 교육지원을 받는 World Tour School로 21세기 학습자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학교들이다.
Kent-Meridian High School
켄트-메리디안(Kent-Meridian) 고등학교는 Kent School District에 속한 공립 고등학교로 전반적인 학교 시설은 여타 미국 고등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이곳 미래교육은 시설 면보다는 ‘Tech Academy’라 부르는 색다른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 Tech Academy에서는 실생활 문제 해결 활동을 통해 학습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창의성, 의사소통능력, 학습동기 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전교생 2,000명 중 약 350여명이 참여 중이며 참여희망률이 3:1 정도로 매우 높다.
Tech Academy에서는 6주간 주 1회 ‘프로젝트 데이(Project day)를 운영하는데 과목, 교과 내용과 상관없이 하루 종일 문제중심학습을 진행한다. ‘프로젝트 데이’를 진행하는 동안 학생 중심 학습 활동을 실시하며 교사는 상황에 따라 조언하거나 질의에 응답한다. 주요 활동 주제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예 : 과속 문제, 높은 학업 중단률 등) 해결이며 학생들은 조별로 해결 방안에 대하여 논의하며, 발표 방법이나 보고서 작성 체계 등에 대해서는 국어 선생님, 과학에 관련된 내용은 과학 선생님에게 질의하는 식으로 교사 도움을 받는다. 학생들이 수집·인용하는 자료는 대부분 노트북을 이용한 웹사이트 검색 자료로,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체계적이고 신뢰성이 높기 때문에 주로 활용한다. 학생 중심 학습 활동이기 때문에 다소 느슨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역할에 충실하지 않거나 불화를 일으킬 경우 1회 내부 경고, 2회 지도 교사 면담, 3회 퇴출로 책임과 역할 수행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 데이’ 운영 전 관련 선생님들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학생들이 활동하기에 적합한 주제를 선정하고 각 과목 특성을 살려 지도방법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에 따른 고충도 있는데 여러 과목 선생님들이 함께 하기에 주제 선정, 일정 조율 등등 수업 준비를 위한 협의과정 전반에서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켄트-메리디안 고등학교가 속해있는 KSD는 장기 프로젝트(STAR Project)로 구역 내 모든 중·고등학생에게 1인 1기기(노트북)를 지원하고 있다. 기기에는 파손 보험과 레이저 각인, 분실 방지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전체 손실률을 1%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KSD에서는 매년 켄트 테크 엑스포를 개최하여 지역사회와 학교사이에 유대감을 높이고, 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협조를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St.Thomas School
성(聖)토마스 학교(St.Thomas School)는 1951년에 설립된 사립학교로 글로벌 사회의 책임감을 갖춘 시민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전인교육을 위해 노력 중이다. K-8학년까지 약 3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8명 정도이다.
21세기 학습설계(21st Century Learning Design, 이하 21CLD)에 교육과정 운영 중점을 두고 학교 모든 구성원이 비전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1CLD는 협력, 실제 문제 해결과 혁신, 학습을 위한 ICT 활용 등을 목표로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핵심 역량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3학년부터 8학년까지 교수·학습 과정에서 1인 1기기 활용 수업을 실시하며 사립학교여서 기기 구입비용은 학비에 포함되어 있다. 켄트-메리디안 고등학교에서 주로 노트북이 사용되고 있는 반면 성토마스 학교에서는 키보드와 펜이 결합된 태블릿 PC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써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력을 발휘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에 펜이 포함된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교육과정 운영 중심의 기기 활용으로 교사가 기기를 활용하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과정과 기술 지원 체계를 잘 갖추고 있다. 많은 기기를 활용하는 만큼 관리 전담 인력이 따로 있는데 문제가 발생한 기기는 전담 인력에게 전달하면 모두 정비해서 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전산보조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차이가 있는데 미국 학교기술관리자(School Technical Director)는 단순 기기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과정 운영 중 ICT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식의 표현’, ‘교과 융합’, ‘21세기 리더십’, ‘미지에 대한 도전’에 교육 중점을 두고 있으며, PBL, 개별화 학습, 창의 활동(창의적 비디오 제작, PT 만들기, 詩作, 드라마, 저널)을 진행하고 있다. PBL이 주요 교수·학습 방법이지만 초·중등학교라는 특성상 개별화 학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국어, 사회, 수학, 과학 등에서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과제를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하여 행동 결과에 따른 처벌은 하지 않으며, 교사와 학부모의 공동 노력을 통한 예방 교육에 힘쓰고 있다.
성토마스 학교는 교실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교실마다 천장 자연 채광이 인상적인데, The Environment As The ‘Third Teacher’라는 생각 하에 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사들이 참여해서 오각형, 직방형 등 과목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교실을 설계하여 활용하고 있다. 또한, 교실에 학생들을 위한 작은 공간(소파, 창의도구 등)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많으며 복도도 단순 이동 통로가 아닌 토론이나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Forest Ridge School
포레스트 리지 스쿨(Forest Ridge School)은 벨뷰(bellevue)에 위치한 107년 전통의 사립여자 중ㆍ고등학교로 전교생은 400명, 교직원은 교사 60명, 행정인원 30명 등 1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미국 사립학교는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학교 실정에 맞춰 교육과정을 구성ㆍ운영하고 있는데, 포레스트 리지 스쿨은 1996년에 7~9학년(우리나라 고등학교 과정)에게 1:1 랩탑 컴퓨터를 보급하여 활용한 결과 교수·학습 활동, 학업성취 등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전교생에게 기기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사립학교이므로 명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데 ICT 활용교육이 좋은 성과를 나타내어 확대 적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펜과 키보드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형 기기를 활용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정한 사양의 기기를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여 활용하고 있다.
교내에 기술지원과(Tech Support Team)를 두어서 학교 비전과 ICT 활용 수업과의 연계를 고민하고, 기술적인 역량보다 교육적인 배경을 가지고 ICT를 교육 현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기 관련 도움센터(Help Desk)를 운영하여 기기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수리하거나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성토마스 학교와 마찬가지로 기기로 인하여 교수·학습활동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교수·학습 방법은 교과별 융합 수업을 실시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산출물을 제출하여 점수를 쌓아가는 방법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노트북 도입으로 수업에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교과목이 영어와 사회였고, 태블릿 도입으로는 수학과 과학에 큰 변화가 생겼는데 이처럼, 교과 특성과 요구사항에 적합한 기술을 도입하였을 때 수업 방법이 확장되고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사에 대한 기기 활용 교육은 학기와 학기 중간에 하루 정도 실시하며 동료 교사끼리 소그룹별 재교육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의 변화는 수업의 변화로부터 시작
앞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미래학교에서는 현실문제 해결 활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하여 노력 중이다. 우리와 미국 교육과정이 다르고 우리에게는 대학입시라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이행과 융합형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요구 아래 우리 교육도 미래 역량 강화라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서울 미래학교의 설립도 이러한 교육 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식 교육과 미래 역량 강화 교육간 균형 있는 교육과정 수립·운영, 수업 변화를 위한 교사 노력,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 교수·학습을 돕기 위한 환경 구축과 기기 활용 등과 결합한다면 미국에서 운영 중인 미래학교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현재 서울에는 초·중·고와 특수목적 학교 등을 포함하여 2,200여개의 학교가 있으며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하여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설립될 서울 미래학교에서만 미래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도 PBL 활용, 컴퓨터 ·스마트기기 활용 등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변화는 수업의 변화로부터 시작될 수 있으므로 교육에 대한 교사의 인식변화, 수업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기에 우리나라 미래교육은 서울 교육의 중심인 교사와 앞으로 설립될 미래학교를 통해 앞으로 더욱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 | 손범석 교사(서울이태원초등학교)
손범석 선생님은 현재 서울이태원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울시지정‘스마트러닝 기반 미래학교’정책연구학교 담당 부장을 맡기도 했다. 2012~2014 스마트교육 중앙선도교원 (교육부)과 2014 서울 디지털교과서·스마트교육 연구회 초등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스마트 교육에 대한 대외활동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