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에서 시작된 학생중심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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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고, 너를 이해하며,
세상을 탐구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 ’2009년 교직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고민이다. 연수를 들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 변화를 시도하다가, 2016년에 거꾸로 교실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거꾸로 교실을 접할 때는 거꾸로 교실이 수업 방법의 하나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실제로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면서는 거꾸로 교실은 수업 방법의 하나가 아니라, 플랫폼의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 개개인이 진짜 배움으로 가기 위해서 강의로 가득차 있던 교실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비워져야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거꾸로 교실을 진행할 때, 그와 동시에 비워진 교실에서 학생의 깊이 있는 진정한 학습이 이루지기 위해서는 어떤 활동을 제시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거꾸로 교실 서울 오프모임을 나가면서 많은 선생님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 수업이 차츰 변화되기 시작했고, 학생들과도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기 시작했다. 수업이 바뀌고 학생들이 학습의 주체로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수업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접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원적인 문제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왜(Why) 과학 수업을 하는가? 나는 왜 과학을 가르치는가?’
문득 자신에게 자문하게 되었다. 교육과정에는 ‘과학’은 모든 학생이 과학의 개념을 이해하고 과학적 탐구 능력과 태도를 함양하여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 위한 교과로 명시되어 있다. ‘과학’에서는 일상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상황을 통해 과학 지식과 탐구 방법을 즐겁게 학습하고 과학적 소양을 함양하여 과학과 사회의 올바른 상호 관계를 인식하며 바람직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에서는 다양한 탐구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본 개념의 통합적인 이해 및 탐구 경험을 통하여 과학적 사고력, 과학적 탐구 능력, 과학적 문제 해결력, 과학적 의사소통 능력, 과학적 참여와 평생 학습 능력 등의 과학과 핵심역량을 함양하도록 하는 것을 강조한다.
교사로서 나는 왜 과학을 가르치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을 얻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이 들었던 순간부터 깨달았던 것은, 가장 중요한 질문을 처음부터 놓치고 있었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질문의 답은 ‘교사로서 내가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학습 경험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에서 답을 얻었다. 수업 안에서 학생들을 볼 때,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등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수업 안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자극들이 필요했다. 자신을 발견했다면, 옆에 있는 친구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의 차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지하여 이를 조율해가는 과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나를 발견하고 너를 이해했다면, 이제 나와 네가 만난 우리가 주변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탐구하길 바라는 마음에 과학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나를 발견하고, 너를 이해하며, 세상을 탐구한다’ 이 답을 얻는 순간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해졌고, 수업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 바른 방향으로 설정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를 고민하며 자신을 경계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국가 수준 교육 과정, 현재 교육 생태계 지향점,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 등을 기준으로 방향을 계속 고쳐 잡아갔다.
‘과학은 무엇(What)을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이어진 질문이었다.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명확하다. 이것을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과연 교사의 역할일까? 학생들이 진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학교에서 교사가 진짜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생이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갈증이 있던 시간에 참여했던 연수에서 교사는 학생들이 진짜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21C 스킬,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핵심역량인 4C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C는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력), Communication(의 사소통능력), Creativity(창의력), Callaboration(협업능력)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력을 통해 학생 자신의 주변에서 빅 아이디어를 만들어 문제를 인식하고 소통과 협업의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최종 결과물을 산출하는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자리잡았다.
‘과학을 어떻게(How) 가르쳐야 하는 것일까?’
교직에 들어와서 어쩌면 이 고민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Why, What의 고민이 선행되어야 넘쳐나는 수업 방법, 스킬들 속에서 깊이 있는 나만의 How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 마인드맵 :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존재한다. 이 많은 책들을 교사가 모두 가르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책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
다.
대단원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모둠별로 대단원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적는다. 모둠에서 겹치는 단어가 있다면 색연필을 사용하여 연결한다. 연결하면서 중복되는 단어들을 확인하고 이를 포괄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들을 찾아낸다. 대단원에서 키워드 3개를 찾고 유인물에 적고, 다음 시간부터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을 이 키워드에 연결해 가며 대단원을 정리한다. 교사가 배부하는 유인물은 없다. 학생이 활동을 통해 배운 내용만을 자기 스스로 지식을 재구조화하여 적어가면서 개념을 확장해 나가는 구조이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모든 개념을 적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개념을 전차시와 연결하여 확장해가는 마인드맵임을 강조한다. 대단원 학습이 끝나면 학생들은 자신이 재구조화한 마인드맵 한 장이 남는다. 대단원마다 활동하면 학생들이 키워드를 뽑는 실력이 향상된다.
• 개념차트와 서로 설명하기 :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생들은 5분 정도의 디딤 영상을 시청하고 수업에 들어온다. 혹시 영상을 시청하지 않았다면 교실 안에 준비되어 있는 태블릿을 이용하여 수업 중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수업은 다양한 활동으로 진행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진행하고 있는 활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학생들이 학습해야 하는 주제가 담긴 종이를 들고 있다. 모둠별로 주제를 뽑아가고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그 주제에 맞는 설명 차트를 만들어낸다. 필요에 따라 교사가 질문을 제시할 수도 있고, 주제를 보고 학생들이 스스로 설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제의 경우 학생들에게 온전히 맡겨도 진행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해당 주제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위해 모둠별 태블릿, 교과서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으 며, 교사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필요를 보고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개념챠트가 완성되면 모둠(4인 1모둠) 안에서 2조(2인 1조)를 나눈다. 한 조는 1라운드에 설명을 하고, 다른 한 조는 2라운드에 설명하되, 2라운드에서는 친구들이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보다 많다.
• 실험 설계와 백지보고서 : 과학 과목에서 탐구 활동은 대단히 중요하다. 거꾸로 교실을 진행하게 되면서 학생이 수업의 주체임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한 상황이 되자 실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실험을 통한 지식의 학습도 중요하겠지만, 탐구 과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디딤 영상으로 우리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여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은 수업이 시작되면 모둠별로 실험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확정한다. 이를 위한 탐구 실험과정을 모둠원들과 같이 설계한다. 학생 스스로 실험을 설계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학생들이 실험에 필요한 재료는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처음에는 실험 도구 자체를 어려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할지 스스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교과서와 차이가 없는 순서로 모두가 같은 실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교과서에 있는 실험 순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2~3개월간 반복하면 학생 스스로 궁금한 사항을 실험 과정에 넣게 된다.
이를 모둠별로 공유해주면서 궁금한 내용들을 실험 과정에 넣고 모둠별 탐구가 가능함을 지속적으로 독려해주니 모둠의 발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실험을 수행했다면 교사가 정리해준 보고서가 아닌, 학생 스스로 자신이 한 실험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자신이 디자인하고 진행한 실험을 그대로 적고 실험 결과와 결론을 구분하여 적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이때 학생들에게 완벽한 보고서가 아니라, 부족하더라도 자신이 그대로 진행한 순서로 보고서를 작성해 볼 것을 권유하면 학생들이 교과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험한 과정을 되새기며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역시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보고서를 쓰게 하면 학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필요한 부분을 교과서에서 찾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학습의 도구로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특별한 양식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가독성이 높은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가독성의 중요성만 연속하여 강조했을때, 학생들의 보고서에는 유의미한 발전이 있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어려워 내용을 적어내는 것에 급급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모둠의 결과를 어떻게 하면 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결과를 표 또는 그래프, 사진 등으로 나타내는 모둠이 자발적으로 생겨났다. 또한 자신들이 예상했던 결과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모둠별로 토의하여 실험의 오차를 찾는 모둠이 나타났다. 이때 학생들에게 “실험에 오차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차를 알아야 줄일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실험을 하고 오차를 찾는 모둠이 상당히 늘어났으며, 실험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실험 디자인을 해야 하는지를 토의하는 모둠이 나타나기까지 성장했다.
• 그림책을 활용한 비경쟁 토론과 프로젝트 : 대단원이 끝나면 대단원에서 학생들에게 주고 싶은 학습 경험을 살린 과학적 참여가 가능한 프로젝트로 연결한다. 예를 들어 생물 다양성에 대한 부분은 ‘멸종위기 프로젝트’로 연결했다. ‘여러가지 힘’ 단원을 학습하고 난 후, 내가 배운 4가지의 힘 중 하나를 골라, 우리 주변의 물건에 더해 보다 편리한 물건을 디자인 하는 ‘유니버셜 디자인’ 프로젝트 등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각자의 생활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로젝트의 도입은 그림책을 활용한 비경쟁토론으로 진행하였다. 프로젝트 결과는 학년 공유회를 통해 행하였다.
김청해 선생님은 현재 창덕여자중학교 과학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015년부터 EBS 중학 과학 강사로, 단순한 지식이 아닌 학생들이 과학 학습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강의를 하고 있다. 2012년도에 수업 혁신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2016년부터 거꾸로 수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거꾸로 교실 서울교사모임의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서울시 지정 미래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